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발표 자료에서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원자력 전문가인 이정윤 대표는 이 자료를 상세히 분석, 24조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가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과거 은폐
한수원은 체코 '핵의 날' 행사에서 자사의 원전 건설 실적을 과시하며 "공기와 예산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신고리 3, 4호기와 UAE 바라카 원전의 건설 기간을 예로 들며, 각각 98개월, 104개월, 107개월 만에 완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윤 대표는 이러한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신한울 1, 2 호기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5년 8개월이나 지연됐다"며 한수원의 주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한울 1, 2호기는 2010년 4월 착공 이후 2022년 12월에야 상업운전을 개시해, 총 12년 8개월이 소요됐다.
이 대표는 더 나아가 과거 원전 건설 과정에서 무리하게 공기를 지키려다 발생한 심각한 문제들을 언급했다. "과거 원전 비리 사건이나 구멍이 난 상태로 덮어서 넘어간 증기발생기 교체 문제, 콘크리트 공극 사건 등을 모두 덮어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6개 원전에서 동시에 발생한 증기발생기 교체 문제를 언급하며, 이는 단순한 공기 지연을 넘어선 심각한 안전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하고 정직하게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대표의 말은 한수원의 발표가 핵심을 놓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공기만 맞췄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라며, 원전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판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계획이 과거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따라서 향후 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체 없는 APR1000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겠다고 발표한 APR1000 원전의 실체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윤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전 세계에 가동되는 APR1000 원전이 단 한 기도 없습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 대표는 설명했다. APR1000은 실제 건설 및 운영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이 대표는 APR1000의 주요 특징들을 언급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거대한 냉각탑, 이중 격납용기, 코어캐처 등이 설치된 1000MW급 원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한 설계 변경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원전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건설 경험이 없는 원전을 새롭게 설계하고 건설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24조 원의 프로젝트 비용을 크게 초과할 수 있으며, 전체 프로젝트 일정 또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까다로운 새로운 안전기준을 적용하여 공기지연과 고비용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핀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의 원전건설 사례를 들면서 여기서 APR1000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안전성 문제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설계의 원전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대표는 "한수원이 이러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체코 정부와 국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계획이 과도하게 낙관적이며, 현실적인 위험 평가가 부족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 비용 추정의 정확성, 그리고 잠재적 위험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토와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와 한수원은 이러한 우려사항들에 대해 명확한 해명과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체코의 '갑질' 가능성
원전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한수원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에 대해 이정윤 대표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현재 세계 원전 시장의 실상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현재 세계 원전 시장에서는 수요자가 왕입니다. 체코가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 대표는 경고했다. 실제로 체코는 한국의 모든 책임 부담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더 구체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원전의 미래가 불확실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코가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코의 경제 규모와 전력 수요를 고려할 때, 이 프로젝트의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이 대표는 "체코의 GDP는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는 5분의 1 수준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원전 4기를 추가로 건설하여 현재 가동 중인 6기 원전의 용량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체코가 요구하는 조건들이 한국에 매우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체코는 원전을 싸게 짓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규제요건 충족, 비용과 공기일정 등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기 때문에 체코가 선택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는 한국이 재정적, 기술적 위험을 모두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특히 정부와 대통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말을 분명히 들으셔야 합니다. 수요자가 왕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영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이 체코 원전 수출 협상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음을 시사한다. 한수원과 정부는 이러한 시장 현실을 직시하고, 협상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국민들에게 이 프로젝트의 실제 위험성과 잠재적 부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 세금으로 위험 부담
체코 원전 수출 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실 발생 시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정윤 대표는 이 위험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한수원이 적자를 내면 한전을 거쳐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보전됩니다," 이 대표는 경고했다. 그는 한수원과 한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한수원이 해외 사업에서 손실을 보면 그 손실은 모회사인 한전으로 전가됩니다. 그리고 한전의 적자는 결국 정부 지원, 즉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원전 기업들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사례를 들며, "웨스팅하우스는 이익을 내면 회사가 가져가고, 손실을 보면 회사가 파산하는 등 자본주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국가가 그 비용을 변제하거나 책임지지 않습니다"라고 비교 설명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제안 내용이다. 이 대표는 "한수원 사장이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기, 비용, 일정 등 모든 위험을 우리가 감당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엄청난 위험을 국가가 떠안겠다는 뜻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국민 돈으로 해외에서 위험한 사업을 하고, 실패하면 또다시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책임 경영을 저해하고,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는 해결책으로 원전 수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했다. "정부와 공기업이 주도하는 구조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책임지고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익이 나면 기업이 가져가고, 손실이 나면 기업이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해외 사업 리스크를 넘어, 국가 재정과 국민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이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 검증 미흡
한수원이 체코 '핵의 날' 행사에서 APR1000의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과정은 제시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이정윤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한 비판과 함께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핵 산업계는 진실을 말하지는 않는다’가 진실입니다." 이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과거 원전 사고와 은폐 사례를 언급하며,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도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이 대표는 APR1000의 안전성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한수원은 지진 대비 설계, 피동형보조급수계통, 중대사고 대처 능력 등을 강조했지만, 이들이 어떻게 검증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APR1000은 실제 건설된 적이 없는 모델인데, 어떻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겠다는 건지 의문입니다."
더불어 그는 한국의 원전 안전 규제 체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리 2호기, 3호기의 수명 연장 과정을 보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임의적으로 판단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 대표는 특히 '공학적 판단'이라는 용어가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에 관한 중요한 결정들이 '공학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종종 객관적 기준 없이 내려지는 주관적 결정일 뿐입니다."
그는 해결책으로 독립적이고 철저한 안전성 검증 시스템의 구축을 제안했다. "원전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로부터 독립된 전문가 그룹이 안전성을 검증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또한 시민사회의 감시 역할도 강조했다. "우리 '원자력 안전과 미래' 같은 시민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지만, 더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안전에 관한 정보는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 대표의 지적은 체코 원전 수출 계획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반적인 원전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와 한수원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구체적이고 투명한 해명과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화 전략의 모순
한수원과 한국기업은 1000개의 체코 기업과 접촉하여 76개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인구 1000만의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한국 기술이 유출될 위험성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수출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업이 책임지고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전 안전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석은 체코 원전 수출 계획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가 국민 세금으로 위험을 떠안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부와 한수원의 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 당초 출연 예정이었던 최영민 PD는 당일 불가피한 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