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 증축 공사를 맡은 시공업체가 일본 자금으로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고 대통령실 이전에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나서는 등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대통령비서실 시공업체.. 설계는 신생, 감리는 개인사업자, 시공은 대표가 한국계 미국인
용산구청에 고시된 건축 착공 사용승인 허가신고 목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대통령비서실 3개 필지(157.07제곱미터)를 지난해 6월 29일 허가신고하고, 같은 해 7월 18일 착공을 시작했다.
설계업체는 디아크건축사무소로 2020년 설립한 신생업체고, 감리업체는 종합건축사케이제이씨로 개인사업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시공을 맡은 R**디자인사다. 이 회사의 대표는 원래 한국계 미국인 이*우 씨였다가 2022년 3월 대선 직후 한국인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모회사의 대표는 여전히 이*우(한국명 이*균) 씨다.
컴투스 사외이사에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 명함 가진 R사 대표, 산업부장관 상에 대통령상 연달아 수상
이 대표는 2022년 3월, 코바나컨텐츠 후원업체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컴투스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뿐 아니라 2023년에는 산업부장관 상을 수상했고, 앞서 2022년 1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마케팅 홍보 관계자는 “이0우 대표가 벤처기업협회 성상엽 회장과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로 정보를 알려주면서 ‘공적서를 작성해 보라’고 해서 상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순방 때마다 동행.. 집무실 이전에 앞서 설문조사로 여론 호도까지
또 R***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베트남, 미국 순방 때도 동행했다.
또 지난 2022년 4월, 대통령 선거 직후 대통령실이 집무실 이전을 고집할 시기에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부동산 전문가 60%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 상권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여론 형성에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업체측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을 맡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입찰 경쟁을 통해 시공을 따낸 것이란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수의계약이 맞다면, 특혜의혹에도 대통령실은 해명해야 한다.
일본 자금으로 성장.. 여전히 주요 주주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더구나 이 업체의 주요 주주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야후 재팬 캐피탈(소프트뱅크 자회사)이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설립자는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손 마사요미)다.
마케팅 홍보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대표가 10년 전에 소프트뱅크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고, 소프트뱅크가 1대 주주였다가 2021년 스틱인베스트먼트라는 토종한국 사모펀드가 850억원 투자하면서 1대 주주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자금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주요 주주에 올라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대통령실이 깜깜이 증축을 진행하면서 가급 보안시설이라는 핑계로 대기도 더는 어려워진 셈이다. 오히려 미국인이 대표인 기업에 가급 보안시설 공관 시공을 맡긴 데 대한 설명이 추가로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동으로 주요 공관 연쇄 이동.. 증축은 계속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으로 주요 공관들이 연쇄 이동하면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깜깜이 증축까지 계속 진행하는 지점도 문제다.
현재 대통령비서실은 한미연합사령부 공관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2023년 4월 노후건축물 철거공사를 진행했다.
철거공사를 진행한 도원개발 대표는 “대통령비서실에서 5개 사를 선정해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경쟁했다”고 말했다.
구글어스 위성사진으로 2023년 4월 27일 증축 전 사진과 올해 2월 12일 사진을 비교해 보면, 증축된 공간은 3곳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난해 감리로 참여한 케이제이씨는 올해 5월 설계업체로 대통령비서실 공관 증축신고를 낸 것을 알 수 있다. 증축이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496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2022년에만 1천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셈보다 더 많은 혈세가 투입될 것이란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에 1조원이 투입될 것이라 내다봤고, 국방부는 2022년 3월 2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5천억원 이상 필요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대통령실만 이전해서 끝나는 일도 아니다. 대통령실에 공간을 내준 국방부 청사를 옮기고 리모델링 하는데 투입되는 비용, 경호처를 옮기는데 드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대통령 부부가 관저로 사용하도록 공간을 내준 외교부 장관 공관도 새 장소를 찾아 이전해야 했다.
이처럼 공관 연쇄 이동으로 인한 이사비용과 리모델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더구나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의 관리 주체는 2022년 9월 7일 이후로 행안부에서 대통령비서실로 변경된 후 취임 후 지금까지도 깜깜이 증축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뉴탐사는 ▲수의계약인지, 공개입찰경쟁인지, ▲만약 공개입찰경쟁이라면 대통령실로부터 입찰에 도전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는지, ▲업력이 짧은 신생업체거나 개인사업자인 디아크건축사무소와 케이제이씨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선정한 것인지, R사의 추천인지, ▲시공비용은 얼마 인지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자회사인 야후재팬 캐피탈의 지분은 현재 몇 %인지를 질의한 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