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더탐사 일당'이 제거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해찬, 차범근을 비롯해 정치인과 언론인 등 수백 명의 제거 대상 명단 중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더탐사'만 언급됐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주요 언론이 제외된 점은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이미 정권에 순응적이었음을 방증한다. 70여 쪽에 걸쳐 빼곡히 적힌 명단에는 좌파 판사, 정치인,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함께 종교·사회단체까지 포함됐다. 특히 이들에 대한 처리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된 점은 내란 모의가 상당히 구체화됐음을 보여준다.
광주 금남로 집회에서 드러난 조직적 동원
16일 광주 금남로의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는 전국적 동원의 실체를 드러냈다. 부산, 대구, 울산 등에서 최소 60대의 버스가 동원됐다. 취재진과 마주친 부산 출신 참가자들은 소속과 종교를 묻는 질문에 "묻지 말라"며 즉각 경계 반응을 보였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에서 벌어진 이날 집회는 광주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현장에서 만난 70대 광주 시민은 "5·18 기념관 앞에서 이런 집회를 여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단순한 '찬반 집회'로 축소 보도하며 5·18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의 심각성을 외면했다.
체계적 탄압의 서막, 차범근 감독 사례
노상원 수첩에 등장한 차범근 감독 제거 계획은 2024년 1월 조국 전 장관 탄원서 제출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선 2022년 9월, 차범근 축구교실은 10년 넘게 운영해온 이촌동 축구장 입찰에서 갑작스럽게 탈락했다. 당시 입찰에는 예년과 달리 세 곳의 업체가 참여했고, 낙찰 업체는 계약금 10%를 포기하면서까지 계약을 파기했다. 이는 차범근 축구교실 퇴출이 사전 기획됐음을 시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입찰 탈락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내란의 결정적 시점, 2023년 10월
노상원 수첩 작성 시점은 2023년 10월에서 11월 사이로 추정된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 2023년 9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부결된 것이 10월이다. 특히 수첩에는 2023년 8월 9일 수사 외압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박정훈 대령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는 수첩이 최소한 8월 9일 이후에 작성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다.
이 시기부터 윤석열 정권은 사법부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시작했다. 국정원이 선관위 서버 보안 점검을 실시한 것이 2023년 10월이며, 같은 시기 서울중앙지검에는 부정선거 관련 고발장이 잇따라 접수됐다. 10월 중 3건, 12월 1건이 접수된 고발장은 계엄 직전까지 검찰 캐비닛에 묶여있다가 2024년 11월 21일 안양지청으로 이송됐고, 계엄 실패 후인 12월 4일 과천경찰서로 이관됐다.
주목할 점은 국정원의 선관위 서버 점검 결과 '많은 허점이 발견됐다'는 주장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 수첩 작성 의심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첩 작성 시기와 당시 정권의 주요 행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점은 12·3 계엄이 우발적 사건이 아닌 체계적으로 준비된 내란이었음을 입증한다.
열린공감TV의 이중적 행보
노상원 수첩에서 주목할 점은 최은순의 과거 내연남 김충식 관련 의혹을 보도했던 열린공감TV가 제거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권력의 핵심이 아닌 주변부 공격으로 정권에 위협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거나, 더탐사 공격의 대리인 역할을 했음을 방증한다. '더탐사 일당' 표현은 2022년 11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취재 이후 조선일보 등이 처음 사용했으며, 비슷한 시기 데일리안과 스카이데일리 등 친윤 극우매체들이 이를 반복 사용했다. 특히 정천수와 고현권, 김용민 등 밀정 의심세력은 이 표현을 차용해 민주진보진영을 가장한 조직적 공격을 전개했다. 디씨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서도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는 점은 이들의 연계성을 의심케 한다.
더탐사 탄압 과정 | 12·3 내란 준비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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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차범근 축구교실 이촌동 축구장 입찰 탈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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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조선일보·데일리안·스카이데일리 '더탐사 일당' 용어 첫 등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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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뉴데일리 '더탐사 일당' 용어 사용 강진구 기자 1차 구속영장 청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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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강진구 기자 2차 구속영장 청구 |
2023년 2월 윤미향 의원 주요 혐의 무죄 판결 |
2023년 3월 조상현(현 열린공감TV 이사) '더탐사 일당' 표기하며 공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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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밀정 의심 세력의 더탐사 조직적 공격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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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두진서(김용민 등 출연) 더탐사 음해 방송 시작 |
2023년 7월 채수근 해병 순직 |
2023년 8월 8일 국힘 갤러리에 '더탐사 일당' 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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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9일 박정훈 대령 수사 외압 폭로 기자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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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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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부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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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정천수 측, 더탐사 경영권 탈취 |
2023년 10월 국정원 선관위 서버 점검 부정선거 고발장 3건 접수 |
2023년 11월 말 서울의소리, 김건희 명품백 수수 보도 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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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차범근 조국 탄원서 제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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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1일 부정선거 고발장, 서울중앙지검 → 안양지청 이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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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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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계엄 해제, 고발장 과천경찰서 이관 |
잔혹한 제거 계획의 실체
수첩은 제거 대상자들을 '이송 중 사고를 위장해 격침'하거나 '수용시설 폭발'로 처리하는 구체적 방안을 담고 있다. '김두한 시대 주먹들을 이용한 좌파 분쇄' 계획까지 포함돼 있어 6·25 당시 보도연맹 사건과 같은 대규모 인명 살상을 계획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파공작원들의 임무가 끝나면 입막음을 위해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노상원의 과거 이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잔혹한 제거 계획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수첩은 노상원의 필적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3자의 지시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탐사는 2022년 18차례의 압수수색과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 2023년 경영권 찬탈 시도 등 지속적인 탄압을 받아왔다. 이번 수첩 발견으로 이러한 탄압이 개별적 사건이 아닌 체계적인 제거 계획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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