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김건희 명품백’ 면죄부 준 유철환 권익위원장 독립투사 요람 상동교회도 ‘법기술’로 파산위기 내몰아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상동교회 재정 악화 주범으로 지목돼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상동교회 장로로 있으면서 불투명한 재정 운영으로 교회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법대 동기인 유 위원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조사 없이 종결 처리하고,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건에 대해서는 초고속으로 의결을 추진하는 등 편파적 행보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판사 출신인 유 위원장은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한 이력이 있어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6년 건국대 부동산학과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이력이 상동교회 임대사업 개입 시기와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상동교회,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
상동교회는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감리교회로, 한국 독립운동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 교회는 독립운동가들의 주요 활동 거점이었다. 전덕기 목사를 중심으로 청년들과 함께 항일 구국운동을 펼쳤으며, 헤이그 특사 이준, 신흥무관학교 이회영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거쳐간 곳이다. 상동교회는 특히, 상동청년학원을 설립해 민족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처럼 찬란한 역사를 지닌 상동교회가 최근 심각한 재정난과 내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교회 임대사업 개입해 불투명한 구조 만들어
상동교회는 1998년 새로나백화점 부도 이후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유 위원장은 교회 법률고문으로서 복잡한 임대 구조를 만드는 데 관여했다. 비영리법인인 교회가 직접 임대사업을 할 수 없어 '그리쉼'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여기에 '굳앤굳'이라는 또 다른 회사를 끼워 넣었다.
이런 구조는 임대료 수익이 교회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게 만들었다. 한 교인은 "중간 관리회사들이 수익을 가로채는 구조"라고 증언했다. 실제 교회는 막대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심각한 재정난과 비정상적 운영 실태
상동교회의 재정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50억 원의 대출을 받았으나 현재도 상환하지 못하고 연장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7억 8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임대 관리비 문제다. 상인들은 관리비를 납부했다고 주장하지만, 교회 측은 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간 관리 회사들이 관리비를 가로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심지어 교회가 상인들이 내야 할 관리비를 대신 부담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명도소송 과정서 의혹 불거져
2009년 명도소송 과정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유 위원장은 당시 소송 변호를 맡았는데, 실제 명도 대상이 아닌 상인들의 명단이 포함되는 등 부실한 소송 진행이 있었다.
더욱이 유 위원장은 2012년 명도 완료 후 "점포별 명단, 보증금액, 전대차 계약서가 일치함을 확인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실제론 전혀 일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 질문 회피하고 더탐사 비난하는 유 위원장
뉴탐사 권지연 기자는 유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상동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 전 카페에서 유 위원장을 만난 권 기자는 질문을 시도했지만, 유 위원장은 "저한테 물어보지 마세요. 관여 안 했습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 과정에서 유 위원장은 더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교회 카페 관리인에게 "더탐사가 어떤 데인지 찾아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연 기자가 뉴탐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더탐사라고 들은 것이다.
예배 중에도 유 위원장은 평소 9층 전용 예배 공간을 가지 않고 일반 교인들과 함께 8층에서 예배를 드리며 권 기자를 피했다. 휠체어를 타는 것으로 알려졌던 유 위원장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권 기자의 추적을 교묘히 따돌렸다.
예배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유 위원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얘기하라"며 답변을 거부했고, 결국 교회 밖으로 달아났다. 교회 질문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실을 언급한 것은 교회 문제와 공직을 혼동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서철 목사, 유 위원장의 관여 사실 인정
유 위원장은 "나는 관여한 적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당시 상동교회 담임이었던 서철 목사의 증언은 달랐다. 서 목사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유 위원장이 상동교회와 그리쉼의 고문변호사였다"고 명확히 밝혔다.
서 목사는 "그리쉼은 주식회사라서 별도의 회사였지만, 유 위원장이 고문변호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회와 그리쉼 사이에서 결정을 내릴 때 법원의 판결을 받은 것"이라며, 유 위원장이 법률 자문 역할을 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 서 목사는 "저는 임대를 하는 임대주고, 그리쉼은 우리의 임차인"이라고 설명하며, 교회와 그리쉼, 그리고 굳앤굳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인정했다. 이는 유 위원장이 만든 복잡한 임대 구조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서 목사는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새로나 백화점 부도와 굳앤굳에 임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해 책임 소재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이러한 서 목사의 증언은 유 위원장이 상동교회의 임대 사업에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유 위원장의 해명과 크게 배치되는 내용이다.
교인들, 유 위원장에 대한 강한 불신과 비판 제기
상동교회 교인들 사이에서는 유 위원장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오랜 교인은 "유 위원장이 교회 이익보다 개인과 일부 장로들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교회가 어려워지는 동안 유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장로들만 배를 불렸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또 다른 교인은 "유 위원장이 교회 재정 악화의 주범"이라고 지목하며, "그가 만든 복잡한 임대 구조 때문에 교회 재정이 거의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 교인은 "국민의 권익을 지켜야 할 사람이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권익도 지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교회의 한 중직자는 "유 위원장이 장로로서의 책임은 저버린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다"고 비판하면서, "그가 국민권익위원장이 된 것은 우리 교회나 국가적으로도 큰 불행"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교인들은 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 젊은 교인은 "유 위원장이 교회에 끼친 해악이 너무 크다. 그가 공직에서 물러나고 교회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상동교회 교인들 사이에서는 유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며, 그의 과거 행적과 현재 공직 수행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회 내부의 문제를 넘어,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