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 시도한 범인 김진성이 유독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범행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범행 전날 김진성을 태워준 벤츠차주와 조카가 부산 세계로교회를 출석했다고 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벤츠차주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재명, 신천지·극우 개신교가 가장 미워하는 정치인
이재명 대표 살해시도의 배경에 그릇된 종교의 가르침이 있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신천지 신도들의 명단을 적극적으로 확보했고, 2020년 3월 2일에는 이만희 총회장의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강제 검체채취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또 감염병 확산에도 대면 예배를 고집하며 민폐를 끼치는 개신교 교회들에 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신천지와 극우 개신교 교인들에겐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던 터. 범행 동기나 공범 존재를 확인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이지만, 수사기관은 이 부분을 애써 살펴보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로교회, 부산 제일의 극우교회로 알려져
더구나 범인 김진성을 태워준 차주가 세계로교회를 출석했다면, 간과해선 안 된다. 세계로교회는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한가운데 위치한 초대형교회로,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극우성향의 교회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엔 가덕도에 전면 유리로 돼 있어 바다 조망이 가능한 비전센터도 완공했다. 범행 김진성이 묵었던 모텔과 세계로교회는 차로 불과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제보에 따르면, 교회 건축을 하면서 정치 성향이 극우적으로 변한 손현보 목사로 인해 생각이 다른 교인들은 많이 떠났고, 극우적 정치 성향을 가진 교인들은 이사를 하면서까지 세계로교회에 출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손 목사의 사돈이 국정원 처장까지 지낸 인물이며, 그 동생은 교회 안수집사라는 점도 손 목사의 정치 성향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세계로교회가 유명세를 탄 건,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행정명령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고집해 메스컴을 타면서였다.
당시 세계로교회 담임인 손현보 목사는 전 국가정보원장이자 전광훈의 멘토인 김승규 장로, 뉴라이트의 대부 김진홍 목사 등과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을 조직해 활동했다. 참고로 예자연에는 검찰 출신 변호사이자 소망교도소장을 지낸 심동섭 목사, 전 헌법재판관으로 통진단 해산에 찬성했고, 공안검사를 지내며 김승규 전 국정권장과 함께 2006년 일심회 사건 수사를 맡았던 안창호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평소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반동성애, 반이슬람 프레임으로 결집을 시도해 실력 행사를 해 온 인물들이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예배자유를 외치며 마치 탄압받는 교회인 것처럼 교인들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이유다.
세계로교회의 극우적인 행보는 사실상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두드러졌다. 2021년과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 세계로교회는 국가비상긴급기도대성회 등의 집회를 수차례 열면서 최홍준·김진홍 목사, 황교안 대표 등을 불러모아 신앙집회를 빙자한 정치집회를 개최해 왔다.
이들은 윤석열지지, 이재명 반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인물로. 특히 김진홍 목사는 당시 ‘정권교체’를 제목으로 내건 설교에서 “깡패같은 사람이 대통령 되면, 격이 떨어진다”며 이재명 저격을 대놓고 하기도 했고, 해당 영상은 세계로교회 집회 당시에도 방송됐다.
윤석열·안철수 대선 후보 단일화가 예측됐던 2022년 2월 13일, 세계로교회에서 열린 집회에는 두 후보가 참석하기로 했다가 취소됐으나, 이날 교회 로비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의 ‘그래도 윤석열’ 서적이 판매됐고, 종전선언 반대 서명도 이어졌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도 세계로 교회에 종종 참석해 강단에 불려 나와 ‘차별금지법 통과를 막겠다’는 약속을 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29일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참석해 간증하기도 했다. 또 지난 28일에는 황성준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한 586 운동권 간부의 회심 이야기’라는 주제로 간증했다.
손현보, 기자 향해서도 “마귀와 비슷”
최소 세계로교회가 범인 김진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더라도, 그동안 극우교회들이 이재명 대표를 악마화 해왔다는 점에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재진은 28일 세계로교회를 찾아 ‘벤츠차주 이 모 씨와 그의 조카 배 모 씨가 실제로 세계로 교회 교인인지’, ‘경찰이 세계로교회에 온 적은 있는지’ 등을 질의하자, 손 목사는 “그런 사람들을 모른다”라고만 할 뿐, 교인인지 여부는 확인시켜 주지 않았다.
도리어 취재진을 향해 “당신들은 악한 사람들이야”, “마귀와 비슷하다” 등의 악마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기자가 ‘지금 저희한테 하는 것처럼 평소 목사님들이 이재명 대표를 악마화하지 않았냐’라고 묻자, “내가 언제 그랬냐”며 피하기 바빴다.
그러면서 “국가기관도 하지 않는 걸, 왜 당신들이 조사하겠다고 하느냐”며, 불쾌해했다.
은폐하기 바쁜 수사기관, 공범 없다고 결론
한편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 시도한 범인 김진성을 체포 3주 만에 재판에 넘기면서, 김 씨가 극단적인 정치 성향에 빠져들어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씨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김 씨의 신상정보와 당적 등을 경찰처럼 검찰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검찰 역시 김진성 범행의 공범이나 배후 세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