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참석한 후 전시된 한옥이 마음에 들어 관저로 옮긴 사람은 김건희 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지난해 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된 한옥이 올해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대통령 방한 당시 윤 대통령과 관저에서 차담을 하면서 찍은 사진에서 드러난 한옥과 같은 것이라는 점도 공식 확인됐다.
한옥을 마음에 들어한 사람, 김건희로 확인
27일 열린 국회운영위원회에 대통령 관저 증축 의혹과 관련한 현안질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운영위에는 윤재순 총무비서관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윤재순 총무비서관에게 ‘올해 5월 증축 신고된 한옥이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방한 당시 대통령과 함께 찍은 한옥이 맞나’라고 묻자, 윤 비서관은 “맞다”라고 답했다.
또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참석한 김건희 씨가 마음에 들어해 관저로 옮겼다는 사실도 공식 확인해 주었다.
외국 정상들에게 한옥의 우수성 알리는 계기?.. 애초에 청와대 왜 안 들어 갔나
천하람 의원은 ‘한옥 증축’의 경우는 “외국 정상들에게 한옥의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한다”며, “좋은 아이디어 같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는 지속적으로 불거진 대통령실과 관저 불법 이전 의혹을 희석시키는 발언이다. 청와대야말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청와대에 들어갔다면, 외국 정상들에게 한옥의 우수성을 훨씬 더 잘 알리는 것은 물론 지금과 같은 혈세 낭비에 불법 이전과 깜깜이 증축 의혹도 나올 일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유정 의원, 뉴탐사가 보도한 증축신고 날짜 허위 지적
또 천하람 의원은 한옥에 대한 의혹은 다 불식됐다는 듯 발언했지만, 그렇지 않다. 이어지는 강유정 더불어민주연합 의원(비례대표) 질의에서도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강유정 의원은 대통령 관저에 증축된 한옥 정자가 미등기상태라는 점을 짚었다. 용산구청 고시에 따르면, 한옥은 올해 5월 27일 증축신고 됐고, 이틀 뒤인 29일 착공처리일이라고 게시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등기에는 신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관련 법령에 따라 건축물대장 협의 단계에 있고, 문제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용산구청 고시가 허위로 보인다는 점이다.
5월 29일 착공을 시작했다고 한 한옥 정자가 어떻게 같은 날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대통령과 찍은 사진에 등장할 수 있었느냐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 관저에 증축된 한옥에는 기와를 새로 얹고 구조물을 지탱할 하단부 시멘트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정진석 비서실장은 “공사 기간은 하루 이틀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사 기간은 한두 달 걸렸다고 한 원탑종합건설 대표의 설명과도 배치된다.
비용 처리 어떻게? 쇼핑인가 선물인가
정 비서실장은 운영위 현안질의에서는 설계비용과 시공비용, 한옥 정자 자체비용을 모두 포함한 비용이 8천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강 의원은 질의에서 “아원고택으로부터 구입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원고택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한옥을 전시한 전재갑 작가가 운영하는 업체다.
더구나 뉴탐사 취재 당시 원탑종합건설 대표는 처음에는 대통령 관저 증축 사실을 숨겼다가 계속 질의하자, 자신들이 한옥 시공에 쓴 비용은 “8천만원 정도”라며, “경쟁입찰이라면 더 받았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서 싸게 시공을 해줬다는 설명이었다.
정자는 김건희 씨를 위해 전시품인 한옥이 선물로 관저에 옮겨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또 원탑종합건설 대표는 처음에는 증축에 8천만원이 들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6천만원~7천만원이라고 말이 바뀌기도 했다. 실제로 비용처리 영수증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원탑종합건설 이 모 대표는 지난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이후 법무부가 발주한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시공업체로 선정됐다.
균형가 근접 입찰경쟁 방식으로 애초에 예상 1위는 학림건설이었다. 그런데 무효사 4곳(7 창비건설 주식회사, 32 구보종합건설(주), 124 다스코 주식회사, 185 성우이앤씨주식회사)이 나와 순위가 바뀌었다.
설계업체는 김건희 씨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3년 연속 후원업체로 이름을 올린 희림건설이다.
대통령 관저에 한옥 증축한 업체, 법무부가 발주한 외국인청 시공 맡은데 이어 올해 국토부장관상 수상
.
원탑종합건설 이 모 대표는 2024년 6월 건설의 날 국토교통부 장관상(박상우 장관)을 수상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작품이 대통령 관저로 옮겨지고, 법무부가 발주한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시공을 따낸 후에 받은 상이라는 점은 가볍게 넘겨지지 않는다.
한옥이 제대로 된 값을 치르고 대통령 관저로 옮겨졌다면 김건희 씨가 마음에 들어하면 대통령비서실이 나서 국민혈세로 디자인 전시품도 관저로 옮기고 증축도 진행한다는 뜻이고, 만약 제값을 치르지 않았다면 선물이 된다. 선물일 경우, 대가성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 관저로 옮겨진 한옥에 대한 의혹은 대통령실이 제대로 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한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