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존중이 언론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이번 주 미디어비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판결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하며 특히 진보 언론들이 보여준 맹목적 판결 존중 태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맹목적 판결 존중의 함정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재명 대표 1심 판결 이후 '이재명은 이재명, 김건희는 김건희다', '여야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확정판결을 기다려라'는 논조로 일관했다. 이명재 민들레 대표는 "제3자인 언론이 먼저 진실규명에 나서야 할 때 오히려 사법부를 성역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사 과정의 의혹과 재판 과정의 쟁점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채 '판결을 기다리자'는 식의 회피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성재 민들레 에디터는 "과거에는 정치권력의 외압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이 지나쳐 문제"라며 "사법부의 독립이 법관에 의한 사법부의 독점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이 인혁당 사건 50주년인데, 당시 재판받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것을 국제법학자협회가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규정했다"며 법원 판단의 오류 가능성을 환기했다. 조봉암 사법살인 사건 등 과거 법원의 치명적 오판 사례들을 언급하며 사법부 견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BS 사장 후보자의 '말 바꾸기'
KBS 사장 후보자 청문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장범 후보자는 "KBS는 명품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과거 자신의 기사에서 '명품' 단어를 수차례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서 보인 회피적 태도는 청문회 내내 후보자의 독립성 문제를 부각시켰다.
내부 반발도 전례 없이 거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5.4%가 박 후보자의 사장 부적격을 지적했다. 50기 공채 기자부터 18기 선배들까지 실명으로 임명 반대 성명을 낸 것은 공영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자료제출 불성실과 답변 회피는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자질 논란을 더욱 키웠다.
국민일보의 억지 비교론
국민일보의 이재명-트럼프 비교 칼럼은 논리적 비약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명재 대표는 "미국 민주주의 헌정질서 파괴 시도와 검찰의 기획수사를 동일선상에 놓은 것은 무리한 비교"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본소득 정책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같은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점에 대해 "새로운 복지정책 패러다임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살해 위협까지 받은 정치인의 처지를 희화화한 점도 지적됐다.
보수 재건? 보수 창조가 먼저다
동아일보의 '보수재건운동' 주장은 자기반성이 결여된 진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성재 에디터는 "재건 이전에 제대로 된 보수가 있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자기반성 없는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보수 재건'이라는 구호 아래 사실상 극우 세력 결집을 도모하는 정치적 의도도 지적됐다.
이번 주 미디어비평은 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사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진보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들이 오히려 사법부를 성역화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사법부의 판단이라도 필요할 경우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라는 점도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