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김용현 '계엄 폭로'... 한덕수·이상민도 가담했다

헌재 변론서 윤석열 엄호하다 '충격 진술'..."모든 국무위원에게 계엄문건 배포"

2025-01-24 01:30:20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예상치 못한 진술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을 변호하려다 오히려 계엄 모의에 가담했던 핵심 인물들의 연루 정황을 드러내는 '엑스맨' 역할을 한 것이다.


날카로운 추궁에 드러난 진실


이날 변론에 앞서 권지연 기자는 윤석열 측 변호인단을 상대로 예리한 질문을 이어갔다. "계엄이 김건희 씨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차기환 변호사는 "소설 쓰지 말라"며 발끈했고, "계속 거짓말하는 이유가 불법성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니냐, 미리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갑근 변호사는 기자를 노려보며 "지금 여기 조사하러 나오셨습니까?"라며 격분했다. 이에 권 기자가 "째려보지 마십시오"라고 맞받아치는 등 긴장감 넘치는 공방이 이어졌다. 법정 대리인들의 이러한 과민 반응은 오히려 거짓 진술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급급한 말 바꾸기로 얼룩진 변론


윤석열 측은 이날 "계엄령이 아닌 계몽령"이라며 새로운 해명을 내놓았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해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며 발음이 비슷하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또한 체포 대상자 명단에 대해서는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의 동정을 살피라는 지시였다"며 한발 물러섰다.


특히 윤석열은 "실무급 영관, 위관급 장교의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일을 지시했을 때 따르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며 "그런 전제 하에 필요한 소수 병력만 이동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자신의 지시가 '부당한 일'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모의' 실체 드러나...모든 국무위원이 연루됐다


김용현은 이날 충격적인 진술을 쏟아냈다. 계엄 당일 오후 8시 30분부터 국무위원들이 순차적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1시간 30분 이상 심의가 이뤄졌으며, 일부 국무위원은 계엄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계엄 선포 사유, 계엄의 종류, 계엄 일시, 계엄 지역, 계엄 사령관 등이 기재된 문건"이 참석한 모든 국무위원에게 배포됐다고 시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무위원별로 각기 다른 임무가 담긴 문건이 전달됐다는 점이다. 김용현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설치 관련 쪽지를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는 ▲예비비 확보 ▲국회 관련 보조금·지원금 차단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용현은 이 비상입법기구가 '긴급재정 입법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며, 이를 수행할 조직을 기재부 내에 설치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사실상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려 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김용현은 한덕수 총리,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경찰청장 등에게도 각각의 임무가 담긴 계엄 문건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한 장 한 장씩 있었기 때문에 페이지 번호는 붙이지 않았다"며 총 6-7장의 문건을 제작해 배포했다는 것이다. 이는 "계엄 문건을 본 적이 없다"던 한덕수 총리의 국회 증언이 위증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김용현은 한덕수 총리가 배석한 자리에서 계엄 문건이 전달되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해 한덕수 총리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노상원과의 수상한 22차례 만남...김건희 연결고리 의혹


김용현은 9월 6일 국방부 장관 취임 이후 석 달 동안 노상원 예비역 장군을 22차례나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 달에 7번, 일주일에 약 2회 꼴로 만난 셈이다. 김용현은 이를 "청문회 준비와 정보사 정상화 관련 조언을 받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청문회는 이미 끝난 후인 9월 6일 취임했기 때문이다.


노상원은 무속인으로도 활동하며 김건희 씨와 친분설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현역이 아닌 예비역을 석 달 동안 22차례나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계엄 모의 과정에서 김건희 씨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에게 계엄 관련 임무를 부여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용현은 "노상원 장군에게 임무를 준 게 아니라 정보사령관에게 전화로 지시했다"며 해명했다. 하지만 정보사령관과는 "전화를 수시로 했다"고만 답변해 실제 지휘체계를 우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김건희 씨에게까지 국무위원들의 비화폰 번호가 전달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노상원과의 잦은 만남은 더욱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내란 수사의 핵심, 비화폰 서버


김용현의 진술로 계엄 당시 비화폰을 통한 소통 정황이 드러났다. 비화폰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 국무위원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건희 씨에게까지 국무위원들의 비화폰 번호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가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려 했던 비화폰 서버는 내란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현재 수사권이 검찰로 이관된 상황에서 검찰이 비화폰 서버 확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불안한 여론조사와 이진숙 탄핵심판


같은 날 발표된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김문수가 이재명 대표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보수 성향 응답자가 진보 성향 응답자의 1.6배나 되는 등 보수 과표집이 두드러졌다. 특히 호남에서 김문수가 2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을 4대4 동수로 기각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5인 합의제인 방통위를 2인 체제로 운영하며 KBS, MBC 이사진을 대거 교체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다. 김형두,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재적위원을 5인으로 볼 이유가 없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조계는 이번 결정이 윤석열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이진숙 탄핵을 기각한 4명의 재판관 중 최소 1명이 윤석열 탄핵에서는 다른 판단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정형식 재판관이 윤석열 탄핵심판 과정에서 보인 질문을 볼 때, 윤석열 탄핵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이진숙이 2인 체제로 결정한 KBS 사장 해임과 MBC 이사장 해임은 이미 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났다. 이는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 자체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이진숙은 헌재의 탄핵기각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원장으로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드러나는 전광훈과의 연결고리


이날 주목할 만한 사실은 김용현의 변호인단에서 드러났다. 김용현의 변호를 맡은 이하상 변호사는 전광훈의 특별 변호인이었던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전광훈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목사님을 처음 만나 이렇게 위대한 설교를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극진히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던 장본인이다.

▲전광훈을 변호했던 이명규 변호사(좌)가 12.3 내란 사건에서 김용현을 변호(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규 변호사는 이하상 변호사로 개명했다.
▲전광훈을 변호했던 이명규 변호사(좌)가 12.3 내란 사건에서 김용현을 변호(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규 변호사는 이하상 변호사로 개명했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전광훈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국민혁명 포고문'이다. 이 포고문은 12월 3일 계엄 포고문과 그 내용과 표현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두 문건 모두 '반국가 세력 척결'을 강조하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계엄 모의가 이미 전광훈 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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