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이화영 대북송금 판결문 분석] '회의록 조작 의심 김태균' 판결문에 34번 등장, 10초 스피커폰 통화도 불법송금 증거로

2024-06-12 23:56:00

이화영 대북 송금 판결문 심각한 오류 투성이


시민언론 뉴탐사가 이화영 대북 송금 사건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판결문에는 심각한 오류와 모순이 발견됐다. 판결문은 291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증거를 자의적으로 판단한 내용이 수두룩했다. 신진우 판사의 편향된 시각과 막연한 추측이 객관적 사실을 가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법관의 편견과 독단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판결문이 아닐 수 없다.


김태균 회의록 신빙성 맹신, 국정원 문건은 배척


판결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김태균이 작성한 회의록이다. 김태균은 쌍방울의 해외 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한 인물로, 그의 이름이 무려 34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판사는 그의 회의록을 맹신했다. 그러나 이 회의록은 확인 도장도 없고 언제 작성됐는지 알 수 없는 출력물에 불과하다. 반면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건은 진술 내용을 어떻게 검증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객관적 증거물보다 출처도 명확치 않은 회의록을 더 신뢰한 셈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판결문에는 국정원 문건을 불신하면서 판결문 비공개 이유는 국정원 문건의 비밀정보를 이유로 들었다는 것이다.


공범 진술은 무조건 신뢰, 국정원 문건은 일방적 배척


판사는 쌍방울 관계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허위 진술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의 증언을 모두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국정원 문건에 대해서는 어떤 검증 노력을 기울였는지 불분명하다며 신뢰할 수 없다고 일괄적으로 배척했다.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통해 주가 조작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마저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특정 증거에 대해 일관성 없는 잣대를 들이대며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주가조작 뒷받침할 카카오톡 증거는 언급조차 없어


판결문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쌍방울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본문에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카카오톡은 대화 내용에 발신 일시와 참여자 이름이 모두 기록되고, 송수신이 완료된 메시지는 수정이 불가능해 증거로서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실제로 카카오톡 증거를 보면 쌍방울이 대북 사업 외에 주가 조작을 의도한 정황이 엿보이는데, 이는 국정원 문건의 신빙성을 높이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태균이 언제 작성했는지조차 불분명한 회의록은 맹신하면서, 정작 디지털 기록으로 남아있는 카카오톡 증거는 철저히 외면했다. 이처럼 재판부가 쌍방울에 유리한 증거만 선별적으로 채택하고 불리한 증거는 배제하려 한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정 증거에 대해 일관성 없는 잣대를 적용하며 자의적 판단을 일삼은 정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태 진술 신빙성 의문에도 법원·언론은 사실로 받아들여


김성태 회장이 이재명 지사와 통화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에서도 법원과 언론의 태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성태는 법정에서 2019년 7월 만취 상태에서 이화영 부지사의 전화를 넘겨받아 이재명과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술에 취한 상태"라고 표현하며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정황을 축소 기술했다.


심지어 많은 언론은 김성태가 이재명과 통화한 사실만 보도할 뿐,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중요한 문맥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술에 취해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한 진술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는 법원과 언론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김성태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면밀히 따져봐야 할 대목임에도, 이를 간과한 채 선택적으로 내용을 인용하는 모습이다. 이는 명백한 사실 확인 없이 특정 증언의 신빙성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0초 통화로 불법 송금 입증?


심지어 판사는 김성태 회장과 이화영 부지사가 나눈 10초 남짓한 전화통화 내용마저 불법 송금의 결정적 증거로 인정했다. 만취 상태에서 전화를 받아 간단한 인사말을 건넸을 뿐인데, 마치 방북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처럼 판결문에 기재한 것이다. 질문자와 답변자가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 내용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쌍방울은 대북 사업 문외한?


또한 재판부는 쌍방울을 마치 대북 사업에 문외한인 양 묘사하면서, 이화영의 권유가 없었다면 불확실한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쌍방울은 이미 2005년부터 북한 나진 선봉지구에서 내의를 생산해 국내에 판매한 남북경협 경험이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쌍방울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KH그룹 계열사 장원테크가 2018년 6월 북한 희토류 개발 관련 특징주로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따라서 쌍방울이 대북 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이를 추진할 전문성이 없었다는 판사의 추정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항소심에서 진실 밝혀질 수 있도록 감시할 것


이처럼 이번 1심 판결문은 핵심 쟁점에 대해 일관성 없고 편향된 잣대로 판단했다. 쌍방울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증거를 자의적으로 채택·배척했다. 이는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베낀 듯한 인상마저 준다. 수원지법 판결에 힘입어 12일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뉴탐사는 판결문에 드러난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쳐 향후 항소심에서 진실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도록 감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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