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권윤지)은 소나무당의 비례 5번 청년후보로서 활동했다.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인데, 소나무당은 어쩜 시의성이 없는 정당이었다.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것 은 모든 정당이 내세우는 제1의 기치였다. 각 정당마다 그 방법론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그러한 세부적인 차이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소나무당은 윤석열. 한동훈의 태블릿 범죄 공론화를 통해 1년 안에 윤석열을 퇴진시 키겠다고 주장함으로써 선거국면의 제1과제에 가장 공격적으로, 가장 신속하게 접근 하겠다는 의지를 최선을 다해 표현했지만, 그것이 국민적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우리 는 범야권의 공통된 지향점이 형성하는 윤석열 퇴진 기조와 함께했고, 퇴진의 방법론 에 있어 타 정당과 완전히 차별화된, 한 마디로 강수를 두었다. 그 ‘강수’가 만약 레 거시 미디어를 통해 한 번이라도 국민(정치 저관여층을 포함한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더라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표를 받기 위해서는 선거의 흐름 자체를 바꾸었어야 했다. 변희재 대표가 주 장하는 윤석열. 한동훈의 태블릿 범죄에 대한 방대한 내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 고, 이에 따라 윤석열이 단지 탄핵의 대상이 아니라, 매우 은밀하고 복잡한 음모를 저지른 범죄 세력이자, 일반 사람들이 볼 수도 들을 수도, 그 존재를 파악할 수도 없 는 숨은 권력의 존재를 드러내는 악의 축으로 비추어졌어야 했고, 이를 통해 우리 국 가의 비선적, 폐쇄적, 야만적인 권력 구조가 폭로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티브이 뉴스 등을 통해 접했던 현실 정치가 그 비밀스러운 권력에 의해 국민들을 우롱하기 위해 기획된 연극 퍼포먼스이자, 극도로 피상적인 어떤 것이라는 점이 인지됨에 따라 보이지 않는 권력의 정치함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저항을 통한 시민혁명의 단초가 마련되 었어야 했다.
우리 당이 선거에 이기는 방법은 이러한 흐름을 타서 선거국면의 중심에 서는 것밖 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시민의 힘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나 시민의 힘을 믿지만, 뉴탐사 등에서 탐사보도하는 각종 내용들, 레거 시 미디어가 다루어주지 않고 거대정당들과 국회의원들이 발언해주지 않는 이슈들에 대해서 시민들은 질문하고 또 질문하며, 분노하고 또 분노할 뿐이다.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탐색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정말, 비례 2번까지라도 등원을 했다면 기존 정당정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회를 뒤집어 놓았을 것이다. 지지자들이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도 그러한 파격성이었다. 어 쩜 우리는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의 대열에서 역할을 했던 것은 평생의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일에 앞으로 더 적극적 으로, 투신하고 싶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선거를 하면서, 본인은 우리가 ‘정치’라고 부르는 어떤 것이 둘로 쪼개어져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상층부와 하층부로 나누어진 구조라는 것인 데, 상층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의도 정치이다. 여의도 정치는 사회적 계급 면에 서 일반인들과 아예 차별화된 어떤 선택받은 사람들의 무대이다. 이들은 국민 위에 존재하며, 국민을 대리한다기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참조해서 그들의 무대를 꾸려나가 며, 때로 그렇게 꾸려나가는 무대가 국민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조종하기도 한다. 하층부는 뉴탐사 등의 민완기자들과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지평이다.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진실에 대한 사랑, 그리고 가려진 것을 파 헤치려는 용기는 선한 분노로 승화된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우리 는 상층부로 갈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 모순이 있다면, 국민들의 위임을 받아 정 치 권력을 얻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처해있는 이 ‘하층부’의 정치 는 정치 저관여층을 포함하는 일반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어쩜 그 평범한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우리는 일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가 사랑하는 그 평범한 사람들은 우리를 비주류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정치는 필요하다. 소나무당이 윤석열 1년안에 퇴진을 기치로 내 걸기는 했으나, 소나무당의 진정한 비전은 최초의 시민정당이 되는 것이었다. 시민정 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직업 정치인’, 소위 정치가 직업인 사람들끼리의 정치를 깨고, 평범한 시민들이 직업인으로 생활인으로 살아가면서 그들의 삶 속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정책을 구상하고, 정치권을 통하여 시민의 공론장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 하고 함께 토론하여 진정한 사회적 공동체를 구축해가는 방식으로서의 정치를 우리는 제안했다. 윤석열 탄핵 등 시의성 있는 정치적 화두와 전혀 관련 없어보이는 존엄사 법 입법, 페미니즘 카르텔 해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유도, 우리 공동체에서 논 의되어야 하는 의제들을 정치라는 공론장으로 끌어올려야 하겠다는 신념 때문이었고, 그 신념은 기성정치의 작동 방식 자체를 개혁하겠다는 비전을 내포하고 있었다. 본인 은 이러한 비전이 가장 공익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기성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 특히, 정치평론이라는 이름 하에, 기성 정치인들이 던지는 메시지들, 그들끼리 주고받는 말들의 숨은 의도를 분석하며 정치를 일종의 게임으로 바라보고, 시민들을 그 게임의 관전자로 만드는 관행에 대해서는 대단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본인이 청년후보로서 청년정치에 대해 주장하고 싶었던 바의 핵심은 청년들이 정치의 소비자가 아니라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 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려면 거의 혁명에 가까운 반향이 필요할 것이다. 그 반향이 어떠한 모습이 될지, 솔직히 말하자면 본인은 아직 모른다.
본인은 페미니즘 광풍과 조국 사태로 인해 청년들이 진보 정치를 떠났고, 정치권에 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는 가운데 이준석 신드롬이 일어나면서 청년세대 의 우경화가 마치 청년정치의 새로운 주류이자 표준처럼 자리잡은 현상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여러 사회문화적 요소가 작용했다.
작금의 2030 청년들은 학교에서부터, 과도한 사교육과 대학 입시 압박을 겪었고, 이 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또래 집단의 논리, 왕따 문화 등, 다소 단적으 로 표현한다면 군국주의적으로 보일 만큼 상당히 열악한 정신적 환경에서 자라왔다. 따라서 권위에 도전하고 반문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청년 세대는 소수의 ‘성공한’ 청년들을 제외하면 지극히 소시민적 생의 감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기성 세대가 청년일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심각한 부동산 문제가 청 년들을 짓누르고 있고, 저성장시대의 도래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심화되는 가 운데 대학 진학률 상승에 따른 고급인력 과포화 현상까지 겹쳐, 옛날 같았으면 대기 업 평생직장에 다니고 있을 사람들이 빌라나 오피스텔에서 자취하며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엘리트 청년들이 이공계로 집중되면서 인문학이 사라진 세대가 되었다.
이들에게 세상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것’이다. 내 머리 위에서 버티고 있는 차가운 장벽 같은 세상을 느끼고, 그 공고한 틀 속을 어떻게 비 집고 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느라 청춘을 다 보낸다. 생존에 대한 불안은, 개인의 삶 을 넘어서는 어떤 것들, 예컨대 사회 정의에 대한 갈망이라든가 불의한 정치 권력의 작동 구조에 관심을 갖고 분노하는 것 등에 대한 의욕 자체를 저하시켰다. 우리는 청 년 문제에 접근할 때, 그들의 정서와 실존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방금 열거한 점들 외에도, 청년 세대는 소위 ‘선진국 국민’이기에, 개인주의적 사고를 하는 등 기성 세 대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는 서로 다른 국가에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청년 세대는 기성 정치의 어법으로도, 또 우리 같은 대안 정치세력 의 치열한 노력으로도 움직여지기 힘든 마음의 소유자이다.
청년 세대는 조선일보 등 불의한 언론 매체의 보도를 기성 세대에 비해 무비판적으 로 받아들이며, 민주화 투쟁 정신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짙다. 이 정신이 내포하는 혁명적 정서가 청년들에게는 일단 낯설며, 또한 ‘먹고 살 기회 많았던 시절 소수 엘리트들의 지적 사치’로 비추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계층 사다리가 존재 하던 시절의 사람들에 대한 근원적 미움이 청년 세대에게는 있다.
청년 세대는 창의적이며 선량하지만, 주체적 사고력이나 담론 형성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되어 국가를 이끌어갈 에너지를 갖추지 못한 채 기성 정치에 소모되고 있다. 기성정치와 기성 언론은 이들이 가진 분노와 결핍을 비 열하게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공정’을 바라는 청년들에게 조국 사태는 기득권의 위 선과 계층 이기주의의 표상 같은 것이 되었다. ‘진보는 위선적이고 나쁜 세력’이라는 인식이 청년들의 감정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 따라서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국가 폭력은 조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 뒤로 은폐되었고, 국가폭력을 비판하는 진보 시민들 에 대한 혐오가 생겼으며 이는 586세대 전체에 대한 혐오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혐오 정서는 박원순 시장 사망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박 시장 사망 당시, 청년들은 사건의 진위를 따져볼 생각보다 민주당에 대한 환멸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박원순 시장을 성범죄자로 낙인 찍은 사람들이 다름 아닌 진보 진영의 기득권 페미니스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민주당이 자기 편의 성 비위를 덮어 주려 갖은 수를 쓴다고 생각하며 ‘피해 호소인’논쟁에 대하여 ‘피해 호소 인’이라는 표현이 피해자에 대한 멸칭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에 대한 고발인을 피해 자라고 규정짓기 어려운 정황들이 폭로되었지만, 이는 모두 2차 가해로 받아들여지 며, 진보 진영이 파렴치하고 폭력적인 집단이라는 인식만 키웠다. 역설적이게도 이러 한 인식은 페미니즘 광풍을 반대하는 청년들 가운데에서 가장 강력했다. 해서 진보 진영의 비극적 사건들은 철저하게 4050세대, 그 중에서도 소수의 깨어있는 사람들만 이 알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러한 고립은 우리 공동체가 풀어나가야 할 최대의 문 제인데, 그 누구도 직시하지 않고 있다.
진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청년 정치를 바꾸는 데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 해서는 본인도 확신이 없다. 다만 본인은 선거를 치르면서 꿈을 꾸게 되었다. 후보로 뛰어 보니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지만, 꼭 국회의원으로서 일을 하는 것 외에도 다양 한 방식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회상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발언 들은 정치적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작금의 청년들, 그리고 시민 정치는 어떤 기반도, 기성정치와의 연결점도 없는 상태 로 그라운드 제로에 서 있다. 이 곳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청년 대안언론 종 사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 청년정치라는 것은 그 실체가 상당히 불분명하다. 청년에 의한 정치를 청년 정치라고 부르는 것인지, 청년 정책 집행을 청년 정치라고 부르는 것인지, 기성 정치에 청년 티오를 두고 청년들에게 완장을 채워주는 것을 청년 정치라고 하는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 년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기성 정치에 기웃거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와 시민사회 의 수준을 더욱 퇴보시킬 것이다.
하여 본인은 본인의 연령도, 성별도 의식하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진실을 위해 행 동하고자 한다. 진실을 위해 행동한다 함은, 정치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다. 기성정치 의 이면에 있는 사실 관계들을 밝히고, 기성 정치에 대하며, 기성 정치에서 자유로운 자로서 적확한 논평들을 내놓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니 가장 시민적인 행위이고, 그렇기 때문에 새롭고 선진적인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 한다. 본인은 대안 매체 종사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현실정치 뿐 아니 라 문화예술계와의 협업, 해외언론 분석 등의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본인의 실천 이 주목받는다면, 청년들도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움직임이 어떤 모습일 까에 대해서 예단할 수 없다. 지금, 정치에서 청년들의 침묵은 기존의 체제와 사회 질서 자체를 마음 속으로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원적 회의는 절망이기도 하지 만, 혁명의 강력한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동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