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지 하루 만에 정치권에서 급속도로 잊혀져가고 있다. 뉴탐사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6명의 페이스북을 전수 조사한 결과, 윤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대다수 의원들이 침묵으로 돌아섰다.
헌재서 펼쳐진 '코미디 변론'..."이제 기억납니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변론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방불케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기억나시죠?"라고 묻자 김용현 전 법무부 장관은 "지금 말씀하시니까 기억납니다"라며 어설픈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재판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처음엔 부인하다가 결국 모든 것을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형식 재판관이 "질서 유지가 목적이었다면 왜 국회 창문을 깼느냐"고 추궁하자, 김 전 장관은 "원래는 출입구만 막으려 했는데 충돌이 생겨서 어쩔 수 없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특히 국회 봉쇄 의혹에 대해서는 더욱 황당한 답변이 이어졌다.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들어간 사실이 지적되자 김 전 장관은 "그건 오히려 봉쇄가 안 됐다는 증거"라고 답했다. "손에 손을 잡고 울타리를 쳐서 한 사람도 못 들어가게 했어야 진정한 봉쇄"라는 황당한 논리였다.
이미선 재판관이 "5공의 국가보위입법회의와 같은 비상입법기구를 검토한 것이냐"고 날카롭게 추궁하자, 김 전 장관은 "그랬다면 기재부 장관에게 줄 이유가 없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나 곧이어 "민생입법이 국회에서 막혀있어서 비상입법기구를 통해 해소하려 했다"며 사실상 국회 무력화 의도를 스스로 인정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어설픈 변명과 자기모순적 진술은 오히려 내란 음모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헌재는 이진숙 탄핵심판 때 '4대4' 동수 구도였으나, 마은혁 헌법재판관의 합류로 '5대4' 구도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계선,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재판관은 이진숙 탄핵을 인용한 바 있어, 이번에도 탄핵 인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尹 지킴이'에서 '설날 덕담'으로...급변하는 국힘의원들
지난 12월 탄핵소추안 반대에 앞장섰던 85명의 의원들이 침묵으로 돌아섰다. 체포영장 집행 당시 '인간방패'를 자처했던 45명의 의원들 중에서도 구속 기소 후 입장을 밝힌 이는 16명에 불과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의원은 체포 당시 "공수처의 행태야말로 내란 행위와 다름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나, 구속 기소 이후에는 침묵했다. 당시 그는 "현직대통령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에 묶어 체포하겠다는 공수처의 저의가 무엇이냐"며 강하게 비판했었다. 윤석열 처가 민원 해결사로 알려진 김선교 의원도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체포 저지에 앞장섰지만, 이제는 당에서 배포한 웹자보 공유에 그치고 있다.
정점식 의원은 검사 출신임에도, 윤 전 대통령이 부인상에 문상까지 왔던 인연을 뒤로하고 침묵했다. 강민국 의원은 트럼프 취임식 사진으로 관심을 돌렸고, 이철규, 유상범 의원은 다른 사람의 글을 단순 공유하는 데 그쳤다.
김정재 의원은 체포영장 집행 당시의 강경한 태도와 달리 구속 기소 후에는 입을 다물었다. 윤상현 의원은 거의 유일하게 '관저서신' 형식으로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며 끝까지 충성을 보이고 있다.
박성민 의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설 덕담만 올렸고, 박정훈, 김민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글로 화제를 돌렸다. 김은혜 의원은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1월 19일) 이틀 뒤 트럼프 취임식 소식만 전했고, 조은희 의원은 윤 전 대통령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구속 기소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내란 모의 가담 의혹이 제기됐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구속 기소 당일 더욱 충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화원장에 들러 설맞이 장을 보고, 주민과 상인분들께 인사드렸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들을 올린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자 자신의 정치적 동지가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모습이다. 수사 대상에서 멀어지면서 되찾은 여유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106명의 의원 중 윤상현, 나경원, 권성동 의원 등 16명만이 윤 전 대통령을 위한 입장을 밝혔다.
균열 보이는 '극우세력 연대'
전광훈 목사와 극우 유튜버들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배신자"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신혜식 등 극우 유튜버들은 "국힘당이 윤석열을 구속시켰다"며 권영세, 권성동 등을 겨냥했다. 특히 체포영장 저지 당시 12명의 국힘당 의원들이 정광훈 앞에서 '폴더 인사'를 했던 것과 달리, 구속 기소 이후에는 극우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극우 진영 내부에서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전광훈 목사에게 "평화집회만 하다가 대통령을 구속시켰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유동규는 신혜식을 향해 "300명만 더 있었어도 막았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물과 음식이 오가는 설 명절, 구치소에서 쓸쓸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체포 당시 그를 위해 인간방패를 자처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속 기소 하루 만에 등을 돌린 채 명절 인사에 바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