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이솝은 우리에게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던 주인이 욕심에 눈이 멀어 거위의 배를 갈랐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2024년 대한민국 미디어계에서 이 우화가 재현됐다. 주인공은 1965년생 정천수, 그가 배를 가른 거위는 '열린공감'이었다.
혼자서는 빛나지 못했던 시작
정천수는 유명해지고 싶었다. 혼자 유튜브를 해봤지만 시청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20년 열린민주당 서포터즈로 시작해 포스터도 만들고 홍보도 했다. 그해 6월, 운명의 만남이 있었다. 촬영감독 최영민이었다. 최영민은 현장감 넘치는 라이브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여기에 재치 있는 작가 김두일의 감초 역할이 더해졌고, 날카로운 기자 강진구의 취재력으로 채널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권력도 두려워한 성공신화
권력자들은 '열린공감'을 두려워했고, 정치인들의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대선 때는 가장 주목받는 채널로 떠올랐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청자들은 강진구의 날카로운 취재와 최영민의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에 열광했다. 성공의 비결은 명확했다. 정천수는 강진구에게 "주식도 주겠다"며 달콤한 약속도 했다.
욕망의 칼날이 겨누는 곳
돈다발을 만지자 정천수의 본색이 드러났다. 대선 후 "검찰 수사를 피해야 한다"며 미국으로 도주했다. "포털 사업을 하겠다"며 2억 원을 모았고, 아예 미국 망명까지 계획했다. 강진구와의 주식 약속은 "그런 적 없다"며 발뺌했다. 작가 김두일은 처음엔 정천수의 흑심을 알아채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소송전에서 정천수가 유리해지자 다시 그의 편에서 강진구를 헐뜯는 기회주의를 보였다. 배신은 배신을 낳았다.
무너져가는 진실의 성
새 진행진과의 방송은 실망 그 자체였다. 자신의 목소리로 제보자 연기를 하고, 팩트체크는 사라지고 음모론과 상상력이 넘쳐났다. 강진구가 새로 시작한 유튜브가 인기를 얻자 정천수와 김두일은 시기심에 사로잡혔다. 강진구를 헐뜯는 내용으로 방송을 채웠지만 시청자들은 점점 등을 돌렸다. 강진구가 보여줬던 날카로운 저널리즘은 사라졌고, 거짓은 시간이 흐를수록 민낯을 드러냈다.
공허한 구원의 외침
오늘은 2024년 11월 9일, 정천수가 거위의 배를 가른 지 약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도와주세요. 열린공감TV가 너무 힘듭니다." 자신이 쫓아낸 강진구를 탓하며 구원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던 거위는 이미 떠났다. 욕심에 눈먼 자의 손에는 텅 빈 둥지만이 남았다.
진실을 버린 대가는 가혹했다. '성공은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정천수는 참혹한 실패로 증명하고 있다. 2천년 전 이솝이 들려준 교훈은, 21세기 미디어 시장에서도 여전히 냉혹하게 울리고 있다. 거위의 배를 가른 자의 마지막 절규만이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