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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분석] 검찰이 잘라내고 법원이 덮은 국토부 4차 공문

이재명, 국감서 의무조항 패널·지시공문 각각 들어 설명했는데... 검찰은 발언 846자→209자로 자르고 법원은 증거 외면

2024-11-19 00:28:18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용도변경' 발언 관련 선거법 위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검찰과 재판부의 심각한 발언 왜곡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는 국토부의 의무조항에는 저항하면서 '최소한만 수용'하겠다고 했고, 실제 용도변경은 국토부의 지시공문 때문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을 했다'고 말한 것처럼 공소장을 작성했고,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발언과 증거 조작의 결정적 장면


국정감사 영상은 검찰과 재판부의 의도적 증거 은폐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4분 가량의 발언 중 두 개의 서로 다른 문서를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첫 번째는 의무조항(혁신도시법 43조 6항)을 설명하는 패널이었고, 두 번째는 국토부가 보낸 지시 공문이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의무조항 설명하기 위해 패널을 든 장면(좌), 국토부 지시공문을 들고 용도변경 배경 설명하는 장면(우)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의무조항 설명하기 위해 패널을 든 장면(좌), 국토부 지시공문을 들고 용도변경 배경 설명하는 장면(우)

특히 국토부 지시 공문을 들어 보이며 "불가피하게 용도는 바꿔주되, 그냥은 못해주겠다"고 말했다. 이는 의무조항에는 저항했지만 국토부 공문으로 인해 용도변경을 결정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서 국토부 지시 공문 관련 발언을 의도적으로 생략했고, 재판부는 이재명 측 변호인이 이 공문을 증거로 제출했음에도 의미 있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발언 취사선택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뒤바꾸는 증거 조작이다. 의무조항을 거부하고 최소한으로 수용한 뒤, 결국 국토부의 반복된 지시 공문에 따라 용도변경을 결정했다는 실제 맥락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발언의 심각한 왜곡과 조작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국정감사 발언 846자를 75% 삭제해 209자로 축소하면서 핵심 맥락을 완전히 바꿨다. 이재명 대표는 "국토부의 특별법상 의무조항에는 최소한만 수용하며 저항했지만, 결국 국토부의 지시 공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의무조항에 저항했다는 내용과 지시 공문으로 인한 용도변경이라는 맥락을 모두 삭제하고,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을 했다"는 허위 발언으로 조작했다.

▲국감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실제 발언과 검찰이 인용한 발언을 비교. 검찰은 국토부 지시공문을 생략해서 누명을 씌웠고, 재판부는 이를 묵인 방조했다.
▲국감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실제 발언과 검찰이 인용한 발언을 비교. 검찰은 국토부 지시공문을 생략해서 누명을 씌웠고, 재판부는 이를 묵인 방조했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국감 발언 중 '도시계획 규제 해제 지시 공문'으로 인해 용도변경했다는 부분만 고의적으로 누락했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국감 발언 중 '도시계획 규제 해제 지시 공문'으로 인해 용도변경했다는 부분만 고의적으로 누락했다.


핵심 증거 의도적 누락


재판부는 용도변경의 결정적 증거인 국토부의 4차 공문(2015년 1월 26일)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성남시는 2014년 12월 국토부로부터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는 회신을 받고 용도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2015년 1월 26일 다시 용도변경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이후 용도변경이 이뤄졌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4차 공문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게다가 추성훈 당시 국토부 주무관은 "4차 공문은 별로 특별한 현안도 아니었고, 윗분들의 특별한 지시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허위 진술로 보인다.


국토부가 2015년 1월 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용도 변경 등 입지 여건 개선이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지자체 협조를 지속적으로 독려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용도 변경이 필요한 경우'는 성남시에 있던 한국식품연구원 한 곳뿐이었다. 이는 국토부가 성남시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국토부는 2015년 1월 6일 종전부동산 매각 추진을 위해 지자체를 지속적으로 독려중이라고 밝히고 있다.(좌) 그로부터 20일 뒤인 1월 26일 성남시에 4차 공문을 발송했다.(우)
▲국토부는 2015년 1월 6일 종전부동산 매각 추진을 위해 지자체를 지속적으로 독려중이라고 밝히고 있다.(좌) 그로부터 20일 뒤인 1월 26일 성남시에 4차 공문을 발송했다.(우)


당시 상황과 압박의 실체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2월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모두 완료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이었다. 국토부는 혁신도시에 부지를 확보해 놓고도 돈이 없어 신청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남시의 용도변경이 시급했다. 정승희 당시 국토부 국장은 "성남시가 자꾸 딴지를 걸어 국토부가 중앙에서 관장하는 입장에서 계속 협조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성남시가 느꼈을 압박의 실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언이다.

더구나 2014년 12월은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으로 국토부가 큰 압박을 받던 시기였다. 공공기관 이전은 국토부 장관의 거취와도 연관된 중대 사안이었다.


중대한 판결의 오류와 그 파장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한성진 부장판사는 세 가지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


첫째, 이재명 대표가 하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단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무조항에 저항했고 국토부 지시공문 때문에 용도변경을 했다고 말했는데, 재판부는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을 했다고 말한 것처럼 판단했다. 이는 발언의 전체 맥락을 완전히 뒤바꾸는 심각한 오류다.


둘째, 용도변경 과정의 국토부 압박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특히 성남시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용도변경을 반려한 후, 국토부가 보낸 4차 공문을 무시했다. 이 공문은 용도변경 결정의 직접적 계기가 됐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별 의미 없는 공문'으로 평가절하했다.


셋째, 국토부 공문의 법률 근거를 "매각 추진의 근거일 뿐 협조 요청의 근거가 아니다"라며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국토부가 국가균형발전법과 혁신도시법을 근거로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단순한 매각 추진 근거로 축소했다. 이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시한이 임박했고, 국토부 장관의 거취와도 연관된 중대 사안이었다는 정황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


재판부의 이러한 오류들은 단순한 실수나 법리 해석의 차이로 보기 어렵다. 검찰의 공소장 조작을 그대로 수용하고, 핵심 증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이재명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선관위 보조금 수백억을 반환해야 할 위기에 처했고, 1심의 징역 1년 선고는 2심 재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법리 해석의 문제가 아닌, 사법부의 기본적 임무인 증거 판단과 사실관계 확정에서조차 심각한 오류를 범했음을 보여준다. 검찰의 공소장 조작과 재판부의 증거 은폐가 맞물려 만들어낸 이번 판결은 사법 정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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