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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125분 탄핵열차에 기름 부었다, 사과는 없고 '김건희 억울함' 강조

명태균 게이트는 검찰 향한 수사 가이드라인만

2024-11-08 02:29:45

임기 반환점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가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국민적 실망감을 자아냈다. 125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김건희 씨 관련 의혹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은커녕 변명과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특히 사전 조율된 듯한 질문과 답변은 '맞춤형 기자회견'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대선판 '개사과' 재현된 부실 사과


이날 윤 대통령의 사과는 2021년 대선 당시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보였던 '개사과'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전두환이 잘못한 게 뭐 있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여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이번에도 "사과할 만한 팩트가 없다"면서도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사과'가 3년 만에 재현된 셈이다.


'김건희 사과 지시' 발언이 보여준 권력 서열


더욱 놀라웠던 것은 대통령의 사과 배경이었다. 윤 대통령은 "순방을 다녀와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밤에 집에 들어가니 (김건희 씨가) 기사를 보고 '가서 사과 좀 제대로 해'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가 배우자의 지시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는 이 발언은 대통령실 권력 서열을 의심케 했다. 이는 '김건희 비선 실세설'에 힘을 실어주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됐다.


쌍방울-대통령실 연결고리 드러난 '의문의 인사'


이날 기자회견의 첫 모습부터 의문이 제기됐다. 대통령을 소개한 정혜전 대변인의 이력 때문이다. 정 대변인은 쌍방울그룹과 '샴쌍둥이'로 불리는 KH그룹 계열사 IHQ의 전무 출신이다. IHQ는 현재 외국 도피 중인 배상윤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감사인 최형석은 쌍방울 김성태 회장의 수양어머니 임필순이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홍예원의 사내이사다. 이처럼 쌍방울과 IHQ는 인적 구성에서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정 대변인의 대통령실 발탁 시기가 수상하다. 쌍방울 김성태 회장의 1심 선고(2024년 7월 12일)가 난 지 불과 사흘 만인 7월 15일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배상윤 회장이 이낙연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점, 쌍방울 김성태가 주로 검찰·법조계 인맥을 관리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 인사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윤석열 정부와 쌍방울 그룹 간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국민 기만한 '쇼맨십 사과'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인 윤 대통령의 사과는 공허했다. 구체적인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포괄적 사과로 얼버무렸다. 특히 "김건희 씨가 사과하라고 해서 나왔다"는 발언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보다 배우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을 드러내 도리어 공분을 샀다. 국민을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닌, 배우자를 향한 '쇼맨십 사과'였다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 해명은 검찰 향한 '가이드라인'


명태균 씨와의 관계는 더욱 문제적이었다. "경선 후반기에 연락을 끊었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수고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시인했다. "전화로 왔는지, 텔레그램으로 왔는지 모르겠다"며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고, "기억이 없다", "그렇게 기억한다" 등 '기억'이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추후 추가 증거가 나와도 "기억이 안 났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공개된 녹취에서는 "김영선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공천 개입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윤 대통령은 구체적 해명을 회피한 채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감출 것도 없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는 사실상 내일 검찰 출석을 앞둔 명태균 씨와 수사팀을 향한 가이드라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건희 국정개입 의혹엔 '역공'으로 일관


김건희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대통령을 돕는 내조를 국정농단이라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며 발끈했다. 하지만 지난해 청와대 상춘재에서 그린벨트 해제 민원이 4일 만에 해결된 사례나, 인사 개입 의혹 등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 악마화했다"며 피해자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


충격적인 '국가안보 불감증'에 김건희 대리 응답까지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 수반으로서의 안보의식 결여였다. "검사 시절부터 쓰던 휴대전화로 장차관들과도 통화한다"며 국가 기밀이 새어나갈 수 있는 치명적 보안 허점을 태연히 인정했다. 특히 대선 당시를 회상하며 "저는 하루 종일 사람들 만나고 지쳐서 집에 와서 쓰러져 자면, 아내가 5시, 6시에도 안 자고 제 휴대폰을 놓고 계속 답을 하고 있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김건희 씨가 윤석열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대신 주고받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라는 변명은 대통령의 기본적 안보의식마저 의심케 했다. 주요국 정상들의 통화가 감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초적인 인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휴대폰이 배우자에 의해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국가안보 위험요소로 지적된다.


특검은 '반헌법'... 이중잣대 드러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여당과 대통령이 반대하는 특검은 반헌법적"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는 과거 자신이 이재명 대장동 특검을 "개혁의 핵심"이라며 요구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중잣대다. 특검 출신 대통령이 보여준 모순된 태도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당 대표마저 '군기 잡기'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도 해소되지 않았다. "언론이 갈등을 부추긴다"며 책임을 전가하더니, "당은 당대로 맡은 일이나 하라"며 오히려 여당 대표를 질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는 과거 대선 당시 "국힘당을 뽀개버리겠다"던 발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소통'이라는 본래 취지를 완전히 배반했다. 오히려 현 정부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정 현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은 실종된 채, 자화자찬과 변명, 책임 회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를 더욱 부각시켰고, 탄핵 열차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통령의 국가 안보의식 결여와 국정 운영 미숙은 향후 더 큰 국정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유일한 날카로운 질문에도 사과는 없었다


이날 25명의 기자가 질문에 나섰지만, 대부분 사전 조율된 듯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가 "포괄적 사과를 한 것을 보면 마치 사과하지 않아도 될 일에 대해 사과한 것처럼 비친다"며 핵심을 찔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팩트를 명확하게 지적해주면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겠다"며 오히려 역공을 취했다. 이는 결국 전체 기자회견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닌 '보여주기식 쇼'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실제로 대통령은 "사과할 만한 팩트가 없다"고까지 말해 앞서 한 사과마저 무색케 했다. 국민을 기만하는 이중적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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