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뉴탐사가 입수한 명태균의 녹취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김건희 씨의 '선생님'으로 불린 명태균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공천에 개입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윤핵관들이 윤석열을 삶아먹을 것"...예언으로 신뢰 쌓아
명태균은 김건희 씨에게 절대적 신임을 받는 '선생님'이었다. "윤핵관 3인(윤한홍·장제원·권성동)이 윤석열을 삶아먹을 것"이라는 그의 예언이 맞아떨어지면서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권성동은 대선 당시인 2021년 12월 13일 강릉에서 성희롱 발언 파문에 휘말렸고, 이는 명태균의 예언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녹취에서 명태균은 "안 맞아야 되는데 계속 맞으니까 짜증난다"며 자신의 예언이 적중했음을 과시했다. 김건희 씨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급기야 인사권까지 맡기려 했다. 명태균은 "집에 불러서 인사 좀 맡아달라고 해서 내가 안 맡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81번의 '공짜'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
대선 과정에서 명태균은 윤석열을 위해 무려 81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여론조사들이 모두 무상으로 제공됐다는 점이다. 강혜경 씨는 2023년 5월 23일 김영선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서울도 공짜, 경기도도 공짜, 대선도 공짜로 해줬다"고 말했다. 이는 각각 오세훈 서울시장,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다. 선거 과정에서의 무상 여론조사 제공은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중대한 문제다.
여론조사는 PNR이라는 업체를 통해 진행됐다. 그러나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결국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 씨가 4,500만원의 차용증을 써야 했다. 강혜경은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못 받아오셨으니까, 다른 데서 돈 들어온 거를 끌어넣기 바빴다"며 "PNR 대표가 아무도 못 믿겠다며 제가 차용증을 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경남지사부터 창원 의창까지...공천 과정 전방위 개입
명태균의 영향력은 공천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유력 후보였던 윤한홍을 제치고 박완수를 당선시켰다. 박완수는 명태균에게 "평생 잊지 않겠다"며 감사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명태균은 지역신문인 경남매일을 통해 "지역발전을 위해 박완수가 가장 우수 의원으로 나왔다"는 기사가 나가도록 강혜경 씨에게 지시했다.
지난 2022년 재보선 당시 창원 의창 지역구에서는 김영선을 전략공천으로 밀어붙였다. 명태균은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과 현직 국힘 의원이던 조은희는 김영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했다. 명태균은 녹취에서 "여의도 가서 보니까 김영선에 대해 좋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실토하면서도, 김영선을 띄우기 위해 연합일보(경남연합일보)에 기사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등 언론까지 동원했다.
허경영과 거래한 2억 4천만원짜리 여론조사
명태균은 허경영으로부터도 거액을 받고 여론조사를 조작했다. 명태균은 권지연 기자와의 통화에서 "1억 2천만원짜리를 두 번 해서 2억 4천만원을 영업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홍준표나 오세훈은 나를 찾아와야 하지만, 허경영은 돈을 준다는데 내가 뛰어가야지"라며 허경영의 지지율을 5%대로 만들려 했다.
실제 미래한국연구소가 의뢰한 우리투데이 여론조사에서 허경영의 지지율은 5.1%를 기록했다. 명태균은 실제로 2021년 12월 13일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허경영이 5% 나와야 뭘 할 거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조작 의도를 드러냈다.
자금 운용 의혹과 검찰 수사
명태균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자금을 운용했다. 2023년 5월 김영선과 통화에서 강혜경은 "연구소 소장은 1억 9천만원을, 명태균 본인은 1억원 가까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예비후보들로부터 받은 돈도 연구소 명의로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진구 기자가 차용증 관련 내용을 확인하자, 명태균은 "제가 돈을 본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면서 "검찰이 더 잘 알아요"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보내왔다. 강혜경이 약 2만 3천 개의 녹취를, 명태균은 김건희 씨 관련 증거 2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추가 폭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