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X파일
원전 수명 연장의 진실, "판사님은 사고나면 어떻게 대피하라고 안내 받으신 적 있으세요?"
원전 수명 연장의 그림자, 안전성 우려와 정보 은폐 논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명 연장 정책이 추진되면서 안전성 문제와 정보 은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영광 한빛원전 1,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앞두고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중대사고 대비책 누락과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부실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어 원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대사고 대비책 누락된 환경영향평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제출한 영광 한빛원전 1, 2호기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중대사고 발생 시 주민보호 대책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사고란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가 용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에는 중대사고 시 주변 지역 주민들의 대피 계획이나 환경 영향 분석, 경제적 피해 추정 등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있었다. 또한 여러 원자로가 밀집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수기 문제'에 대한 분석도 누락됐다. 이는 한 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접한 다른 호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주민 알 권리 침해와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수원은 주민 공청회에서 전문용어로 가득한 자료를 제시해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심지어 일부 중요 정보는 영어로 작성해 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렸다.
한빛원전 인근 주민들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주민 대표는 "군의원들도 2개월 동안 자료를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국민이 알아볼 수 있게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욱이 한수원은 주민들의 의견 제출 기한이 끝나기도 전에 군청에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회수해가는 등 의견 수렴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 부재와 규제 완화 우려
원자력 안전을 감독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역할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그대로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규제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안위가 오히려 수명 연장을 위한 규제 완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전 계속운전 신청 기한을 기존 '가동 정지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최대 18기의 원전 수명 연장이 가능해졌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안위가 안전 규제를 강화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투명성 제고와 안전성 확보 시급
원전 수명 연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실질적인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노후 원전의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중대사고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원전 수명 연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반대 운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향후 원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