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뉴탐사 칼럼] 검사선서는 공허한 메아리였던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핵심 의혹인 윤석열·한동훈의 참석 여부는 쏙 빼놓은 채, 강진구 기자는 하루도 모자라 이틀이나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중 하루는 밤늦게까지 12시간 가까이 조사가 이어졌다. 공직자 비판 감시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엮으려 했으나 한계를 느낀 검찰은 강요미수나 주거침입 같은 곁가지에만 현미경 들이대며 시간을 끌었다. 사건 본질을 외면한 채 보도과정의 사소한 흠결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이었다. 질문들은 검사의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기자는 그것이 악의적 프레임이라며 반박했다.
청담동 술자리 사건 담당 검사인 유관모 검사는 뉴탐사가 국민의힘 관련 인사에 대한 비판 보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대용 기자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유관모 검사는 "뉴탐사는 수박(겉은 민주당인데 속은 국힘 같은 의원들)도 비판한다"고 말했다. 뉴탐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거듭 지적하자 박 기자가 "수박에 대해 얘기 좀 해볼까요?"라고 하자, 유관모 검사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이는 검찰 스스로가 권력의 방패막이로 전락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치적 중립은 팽개치고 오로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을 요구하는 검찰. 불편한 진실은 외면한 채 권력에 아첨하는 태도가 온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도 검찰의 눈치 보기와 증언 조작 의혹이 짙게 드리운다. 담당 검사인 박상용 검사가 검찰청 안에서 연어 술판을 열고 김성태를 통해 이화영에게 거짓 진술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지만, 검찰은 이를 여전히 덮고 있다. 진실 규명은 뒷전이고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검찰의 민낯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이화영을 압박하고 회유한 정황이 있지만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국민적 의구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틀 전에는 안동완 검사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혐의로 탄핵심판대에 올랐지만 살아났다. 대법원은 이미 안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유씨 사건의 공소를 기각한 바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위반 정도가 탄핵할 만큼 중하지 않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은 안 검사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봤지만, 탄핵까지는 부결된 것이다. 검찰의 눈치를 본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사들의 각종 비리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엄희준 검사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위증 교사 의혹을, 이정섭 검사는 대기업 로비와 골프장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손준성 검사는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인물로, 정치적 중립을 저버린 것에 대해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스타'로 알려진 장시호 녹취록의 주인공 김영철 검사처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충실히 따라 언론 상대 고액 손배소를 제기하는 검사도 있다. 법 위에 군림하는 검찰, 그 오만함이 낳은 결과다.
정점에는 검사 출신 대통령 윤석열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있다. 이들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은 사실상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역시 각종 의혹 제기에 언론 상대로 고소를 남발하고 입막음용 고액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정의와 공정은 사라지고, 오직 정권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검찰권력의 민낯이 여기에 있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선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한다."검사선서
그러나 검사 선서의 이 숭고한 가치들은 오늘날의 검찰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들의 검찰 불신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개혁을 넘어 검찰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이미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법과 공정,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근본적 쇄신은 요원해 보이고, 오직 기득권에 봉사하는 기관으로 굳어져 버렸다.
검찰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검사 선서의 정신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한들 무엇하랴. 법 앞에 겸허해지고 오로지 진실과 정의를 좇는 일, 검찰 스스로 그 길을 걷지 않는 한 개혁의 불씨는 꺼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검찰에 던지는 마지막 경고임을 명심하라. 검사 여러분, 그대들의 선서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