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가 최근 법원에 제출한 '폭행 사건' 증거물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뉴탐사가 최근 열린 증인신문과 수사 기록을 분석한 결과, 실제 사건 발생일(3월 14일)이 아닌 다음날로 표기된 영상 파일, 타격음이 서로 다른 녹음 파일 등 여러 의문점이 확인됐다.
정천수 씨는 2023년 3월 14일 오후 1시경 별내역 파라곤스퀘어에서 열린 이사회 도중 최영민, 박대용, 안선화 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형사 고소와 함께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원본성이 의심되는 증거 파일들
더욱 심각한 의문은 증거 제출 과정에서 제기됐다. 정천수 씨가 뒤늦게 법원에 제출한 '원본' 영상 파일의 생성 날짜는 실제 사건 발생일인 3월 14일이 아닌 다음날인 3월 15일이었다. 이에 대해 "편집팀에 텔레그램으로 전송한 뒤 다시 받은 파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영상의 원본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최영민의 폭행 장면에서 영상에는 뚜렷한 타격음이 들리는 반면, 동시에 녹음된 별도의 음성 파일에서는 이 소리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관련 영상) 정천수 씨는 이를 두고 "녹음기는 제 왼쪽 주머니에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 들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같은 상황을 녹음한 파일들 간에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증언도 객관적 증거와 불일치
입장 순서부터 진술이 엇갈린다. 정천수 씨는 "최영민, 강진구, 박대용 순으로 들어오고 안선화가 뒤따라 들어왔다"고 진술했으나, CCTV에는 안선화가 13시 17분 6초에 먼저 입장하고, 그 뒤 13시 17분 18초경에 박대용, 최영민, 강진구 순으로 입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천수 씨는 경찰조사에서 "회의실에 들어와서 10여 분간 아무도 오지 않아서 이상해서 녹음기를 켰다"고 진술했다. CCTV 화면에 녹화된 정천수 씨의 사무실 입장 시각은 오후 1시 정각이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녹음 파일은 회의실 입장 전인 12시 22분경부터 이미 녹음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법원 증인신문에서 이러한 진술 불일치를 지적받자 "녹음기 2대를 사용했다"며 해명했지만, 왜 사무실 입장 40분 전부터 녹음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헤드락'부터 '물세례'까지...갈수록 확대되는 진술
박대용의 '헤드락' 폭행 장면에 대한 진술도 수사 단계마다 바뀌었다. 최초에는 "힘으로 막아섰을 뿐"이라더니,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머리를 헤드락으로 걸고 강제로 숙이게 했다", 1차 피의자 조사에서는 "목을 헤드락 걸었다"로 바뀌었고, 2차 조사에서는 "얼굴을 감싸쥐는 헤드락"으로 진술이 변경됐다.
물을 맞은 정도에 대한 진술도 시간이 갈수록 과장됐다. 처음에는 "얼굴에 물을 맞았다"는 수준이었으나, 나중에는 "온몸에 물이 다 튀어앉았고 속옷까지 다 젖었다"며 진술이 확대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보고서는 당시 현장 영상에서 정천수 씨의 옷이 물에 젖은 흔적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진단서 여부와 부상 진술도 오락가락
폭행 직후 정천수 씨는 남양주 별내파출소를 나오면서 "병원 가야 되나? 진단이 나오려나 모르겠다"며 피해 정도를 가늠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관련 영상) 하지만 이후 진술은 달라졌다. "앞이 깜깜해졌다", "이명이 들렸다",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부상에 대한 질문에는 "부상을 입은 건 없습니다. 피해는 심리적"이라고 답변했다. 더욱 의문인 점은 그토록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폭행 직후 같은 날 오후 이사회에 정상적으로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천수 씨는 "변호사님께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사회에서 무슨 발언을 하는지를 들으셔야 되기 때문에 참석하라고 하셔서"라고 해명했다.
판결 내용도 왜곡하고 배상액은 이혼소송 위자료에 빗대
정천수 씨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더하는 것은 재판 결과에 대한 허위 발언이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서 피고인 정선호가 벌금 1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발언했으나, 실제로는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서는 "취재 기자로부터 저렇게 취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발언을 했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근거도 특이하다. 소장에서 정천수 씨 측은 "이혼 소송에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에게 2억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종전에는 이혼 사건의 위자료가 3,000만원을 넘지 않았으나, 최근 대법원이 2억원을 인정했다"며, "이 사건 폭행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1억원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행 사건과 이혼 소송의 위자료를 연관 짓는 이 같은 논리 전개에 법조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천수 씨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제일 변호사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제일 변호사는 지난 2023년 2월 녹취에서 자신을 "내부자"로 지칭하며 "라임, 옵티머스,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다 했다"고 언급하고, "김건희 주가 조작 선수"인 이정필이 자신의 의뢰인이라고 밝히는 등 권력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특히 강진구 기자와 관련해 "싸움상대가 강진구라면 해볼 만하다"며 "어준이 형에게도 얘기할 수 있고, 민주당 사람들에게 열린민주당 잔당 세력과 싸우고 있다고 썰을 풀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정황은 이 사건이 단순한 폭행 분쟁을 넘어선 더 큰 맥락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강진구 기자에 대한 폭행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으나, 정천수 씨는 민사소송에서 강진구 기자를 피고에 추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최영민, 박대용, 안선화에 대한 공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