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독, 창원 국가산단2.0 부지 탐문 뒷이야기
명태균 씨 먼 친척 땅 찾아 창원시 의창구 탐문
김영선 측근·명태균 지인 공인중개사도 접촉
차명 땅 거래 의혹 제기되는데 검찰은 전화만?
열쇠 쥐고 있는 공무원은 함구령에 입 다물어
검찰도 수사 착수…워치독도 추적 계속할 것
"명태균이 좀 잡아 넣어 주이소."경남 창원 농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서 만난 한 농민이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기자들에게 전한 말입니다. 이곳의 특산물인 단감 출하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농민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진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또한 국정을 농단한 데 대해 상당한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워치독> 소속 기자들은 지난 토요일(2일)부터 화요일(5일)까지 명태균 씨가 개입했다고 알려진 창원 국가산단 2.0 부지 일대를 탐문했습니다. 주말 휴일까지 반납하고 기자들이 서울에서 차량으로 편도 6시간 거리를 단숨에 내달린 이유는 명태균 씨가 혹시 투자했거나 투자를 권유했을지 모르는 이른바 '차명 땅'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 지난 금요일(1일) 국회에서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던 시각, <워치독>팀은 창원시 의창구 동읍 일대에서 명태균 씨의 먼 친척이라고 알려진 인물의 땅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탐문 결과, 2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던 땅으로 확인됐습니다. 먼 친척으로 알려진 인물은 농사를 짓다가 언덕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한 바람에 만나지 못했지만, 그의 아내와 아들은 "명태균 씨는 뉴스에서 봐서 알게 됐고, 우리 호적에도 없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먼 친척으로 알려진 인물의 아들은 공교롭게 국가산단 선정 과정이 진행되던 기간 땅을 샀지만, 해당 땅의 원래 주인이 죽은 뒤 농지은행을 통해 매입했다고 했습니다. 주장은 믿을 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명으로 산 뒤 버려둔 땅과는 달랐습니다. 해당 토지는 감나무 밭으로 일궈놨는데 묘목 관리 상태도 좋고 밭도 깨끗하게 잡초를 정리한 상태였습니다. 작업장 농기구들도 방금까지 사용한 흔적들이 있었습니다. 흑염소나 칠면조를 풀어놓은 채 버려둔 김건희 씨 양평 땅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워치독> 소속 기자 가운데 2명은 다년간의 농사 경험이 있는데, 기자 2명 모두 이 땅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농사짓기 위해 산 땅으로 보인다고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이들 가족이 일하는 모습도 봤고, 내일 출하를 위해 쌓여진 감 상자를 보며 더 추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일단 특이점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산에서 터벅터벅 내려왔습니다. 밤새 세웠던 가설이 무너져서 허탈하기도 했지만, 직접 탐문해 억울할 일을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읍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은 "명태균 씨가 여기 출신도 아니라 모른다" "본 적도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명태균 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국가산단 기사에 등장한 명태균 씨의 10년 지기 강아무개 씨가 소유한 건물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원래 이곳엔 명태균 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의 짐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피해 쌓여 있었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등기우편도 열흘 이상 찾지 않은 것을 보니 현장을 떠난 지 오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건물에 세를 들어사는 공인중개사는 <워치독> 기자들이 신원을 밝히고 명태균 씨와 강아무개 씨에 대해 물으니 "나는 모른다"며 벌컥 화를 내고 문을 닫았습니다. 전화도 시도했지만 마찬가지 반응이었습니다. 벌써 명태균 씨 덕분에 여러 차례 기자들에게 시달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진 출신으로 알려진 강아무개씨는 창원 지역에서 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워치독>팀이 만난 지역 정가 관계자들도 여야 관계 없이 그에 대해서 자세히 모른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오히려 "기자들이 우리보다 많이 알고 있어"라는 이야기를 돌려 받았습니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인지 명태균 씨와 강아무개 씨, 그리고 부동산을 찾아헤매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 가지 단서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김영선 전 의원의 측근인 박아무개 씨였습니다. 박 씨는 공인중개사협회 창원시 의창구지회장을 역임했으며, 지역 정치에도 뜻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캠프에서도 활동했던 인물로, 검찰이 김영선 전 의원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본인이 직접 문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김영선 전 의원이 신뢰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미래한국연구소 법적대표인 김태열 씨의 지인이라고 합니다. 명태균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을 통해 알았다고 했습니다.
<워치독> 취재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태균 씨의 차명 부동산 거래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아무개 씨도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워치독>이 받은 제보에는 '명태균의 부동산을 알아봐준 것은 강아무개 씨가 아니라 박아무개씨다' '강아무개는 바지이고 실세는 박아무개'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워치독>과 통화에서 "검찰이 전화로 묻긴 했다"면서도, 정식적으로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전화로 조사했다는 것인데, 상당히 비정상적인 절차로 보였습니다. 박아무개 씨는 명태균 씨에 대해 "고아처럼 자랐다" "불쌍하다" "돈 없다는 소리만 하는데 무슨 부동산이냐"며 시종일관 그를 감싸고 돌았습니다. 그는 본인이 나중에 정치에 뜻이 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차명 거래를 알선하지도 않았다"며, 차명 땅 소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다만 김영선 전 의원이 강혜경 씨에게도 함구령을 내린 점, 박아무개 씨와 김 전 의원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박 씨의 주장을 전부 믿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박아무개 씨는 약 1년 전까지 의창구 서상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는데, 그곳은 명태균 씨의 미래한국연구소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추후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해보이지만, 이미 박아무개 씨에 대해 통상적이지 않은 전화 조사를 한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특검을 하자는 것인데, 대통령실과 여당을 떠올리면 답답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곳곳에서 명태균 씨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그 실체를 밝힐 열쇠는 현재까지는 창원시 공무원들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기자들도 "공무원들이 입을 열기만 바라본다"고 말합니다. 창원시 공무원들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워치독>이 단독 보도에서 다룬 홍남표 창원시장의 다음 달 선거법 위반(후보 매수 혐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에서도 함구령이 내렸다고 전해집니다.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공무원노조 역시 직원들이 다칠까 그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는 홍남표 시장의 재판 결과가 기로가 될 것이라는 말이 돕니다. 한 지역 정가 인사는 "시장직 상실형을 받는다면 난파선에서 뛰어내릴 공무원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진실에 다가가려는 목소리들이 공직 사회의 밑바닥에서 들려옵니다.
어제(6일) <워치독>이 보도한 <[단독] "명태균, 창원 국가산단 규모까지 쥐락펴락"> 기사도 창원시 공무원들이 목소리를 어디선가 내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해당 기사는 국가산단 후보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의 입김으로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일대 75만 평이 후보 부지로 추가됐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부지 선정은 '깜깜이'로 진행됐는데,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들이 밀어붙인 토지는 국토부와 농림부에서 최종 선정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수상한 점은 남습니다. 시의원들도 모르게 극비로 추진된 부지 선정 정보가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명태균 씨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진 대산면이 최종 부지에서 빠지자 민원이 빗발쳤다고 합니다. 누군가 정보를 알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볼 위기에 놓이자 항의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워치독>팀은 대산면 일대 토지를 답사한 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선 "대산면이 선정 안 됐다는 소문만 듣고 조금 실망만 했지 무슨 주민들이 항의하겠냐"며 "여긴 어차피 농사짓는 땅이고 철새도래지도 가깝고 낙동강도 가까워서 무슨 원자력이니 뭐니 할 곳도 못된다"고 했습니다.
<워치독>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명태균 씨나 주변 인물들이 부지 선정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를 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명백한 국정농단이고, 국정농단을 이용해 사익을 편취한 최악의 범죄입니다. 때마침 명태균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 형사 4부가 최근 관련 공무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통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워치독> 팀도, 다른 취재진들도 국가산단 수천 필지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검찰도 토지 거래 내역을 분석 중이라고 합니다. 조만간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워치독> 기자들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현장에서의 소식은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