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특검→대검 발령 뒤 장시호 관계 지속 의혹
1114호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실 판명
특검 78차례 출정 중 토, 일요일 32차례
"검찰도 일요일에 쉬는데…주말 부를 일 거의 없어"
조사 종료-구치소 복귀, 4시간30분 공백도
"법무부 법원에 제출한 자료, 국회 제출은 어렵다"
정청래 "무엇이 두려워서 자료 제출 못하나" 질타
"특검 사무실에는 1106호가 없습니다. 저희가 이 사무실 가봤거든요"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가 구치소에서 출정 나갔던 국정농단 특검 사무실 '1106호'가 실제 특검 건물에는 없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대신 대검찰청의 '1106호'가 김영철 검사 사무실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장 씨와 김 검사가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갔다는 또 다른 정황이자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지난 2018년 6월 8일 당시 장 씨가 출정나간 것으로 기록돼 있는 '특검 1106호'가 국정농단 특검 건물에는 없는 장소라고 말하면서 "공교롭게도 대검의 1106호는 김영철 검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아무 말 없이 약 3초간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 씨는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당시 김영철 검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 검사와 사건 관계인의 사적 연락이나 만남은 그 자체로도 부적절하다. 그러나 장 씨와 김 검사는 사적인 번호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따로 만남을 가진 정황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시민언론 뉴탐사에 따르면 장 씨는 김 검사와 서로 반말투 문자를 주고 받으며 사적인 번호로 연락했고, 또 공유숙박시설에서 김 검사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김영철 검사 탄핵 청문회에선 공유숙박시설 예약 기록이 증인 정다은 씨에 의해 제출되기도 했다.
아울러 법사위는 지난 19일 서울구치소 현장검증에서 장 씨가 검사실에서 자신의 아들 생일파티를 했다는 '특혜' 의혹과 관련, 장 씨가 실제 아들 생일날 특검 사무실 1112호에 출정했다는 기록을 찾았다. 이는 검찰이 직권을 남용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지만, 법무부는 해당 사무실의 주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날 박 의원이 특검 사무실에 1106호가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면서 장 씨와 김 검사의 부적절한 관계가 더욱 의심된다. 만약 1106호가 특검이 아닌 대검 사무실이라면, 김 검사가 2018년 2월 5일 특검에서 대검 반부패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장 씨를 검사실로 따로 불러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 씨가 출정을 나갔던 1106호 외에도 또다른 특검 사무실인 '1114호' 역시 국정농단 특검 건물에는 없는 사무실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1114호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장 씨가 특검 외에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을 함께 출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모종의 사법 뒷거래가 있었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장시호 주말에만 32번 출정…휴일 특혜 의혹, 크리스마스와 설날에도 어김없이 특검에 나와"
사실상 2차 김영철 검사 탄핵 청문회가 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장 씨가 주말뿐만 아니라 설날과 크리스마스 등 공휴일에 특검에 출정하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장 씨가 특검에 78번이나 출정한 기록을 지적한 뒤, "검찰이 일요일에만 21번, 토요일엔 11번 (장 씨를) 불러낸다"며 "2017년 설날에는 연휴 세 번을 다 불러내고, 같은 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도 또 불러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날 왜 불러내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설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휴일에 출정을 나간 것은 다른 사건 관계인과 비교하면 상당한 특혜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구치소에 수감됐던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는 "교도관이나 검찰도 일요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출정 나가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 "특검 초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도 아닌, 기소하고 1심 판결까지 받아 구속된 장 씨가 휴일마다 출정나간 것은 특혜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시민언론 뉴탐사와 통화에서 "검사가 휴일에 수용자를 부르는 것은 긴급한 경우에만 한다"면서 "구속 이후에도 휴일에 자주 나간 것은 특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씨가 특정일에 특검 조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복귀하기까지 상당한 공백이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서 의원이 확보한 수사과정확인서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 2017년 1월 5일 오후 9시 30분 특검에서 조사를 끝난 뒤, 다음 날인 오전 2시 구치소로 돌아왔다. 특검이 조사를 끝낸 뒤, 4시간 30분의 공백이 확인된 것이다. 서 의원은 행방을 알 수 없는 4시간 30분의 시간공백 동안 장 씨가 무엇을 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원 제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는 건 위헌?
그러나 김 검사가 장 씨를 검사실에 불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위증 교사를 했고, 검사실에서 장 씨 아들 생일 파티를 해주는 등 사적 일정을 가졌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지만, 법무부는 아직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회에 자료 제출과 관련해 거짓 해명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지난 19일 법무부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직접 서울구치소를 찾아 현장 검증을 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김문태 서울구치소장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열람만을 허용하면서, 장 씨의 구치소 출입 및 특검 출정 관련 자료는 보존기한 3년이 지나서 삭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미디어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구치소는 2017년 당시 장 씨가 출정 나간 시각과 구치소에 돌아온 시각을 구치소 정문 출입 기록을 통해 정확하게 확인해 법원에 두 차례나 제출했다. 보존기한이 6년이나 지난 자료는 법원에 제출하면서 3년 지난 기록은 없다고 해명한 것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은 서울구치소 현장 검증에서 김문태 서울구치소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면서 "(장 씨가) 서울구치소에서 나간 시간, 들어온 시간을 요구했는데, 사기에 가깝다. 3년이 넘으면 폐기하게 돼 있다고 국회를 능멸하고 눈속임했다"고 질타했다.
교정본부의 대응도 논란이 됐다.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법사위의 현장검증과 관련해 자료제출도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잘 대응했다'고 서울구치소를 격려한 사실이 밝혀져 질타를 받았다.
정 위원장이 이와 관련, "법원에 제출하는 자료가 따로 있고,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가 따로 있느냐"고 따지자, 신 본부장은 "법원에서는 유출 우려가 적은 편"이라면서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정 위원장의 거센 질타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다만 신 본부장은 법사위에 협조를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헌법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며, 자료 미제출에 문제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장관도 "헌법적인 고려를 해야한다"며 합을 맞췄다. 이에 정 위원장이 "국회 증언감정법이 위헌이냐"고 따지자, 박 장관은 "위헌이라기 보다 그 내용대로 다 따라서 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법무부와 교정본부의 출정기록 미제출 문제는 김 검사 탄핵 등과 관련해 계속해서 지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구치소의 해명이 거짓임을 밝혀낸 변 대표는 "법무부가 국회의원들을 속인 유례없는 행위를 했다"면서 "더 이상 법무부와 서울구치소의 자료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구치소 서버를 포렌식해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