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

브레히트의 시와 5•18 정신, 윤석열과 우원식의 말이 권력이 되지 못하는 이유

2024-05-18 23:14:00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을 맞아 독일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통해 5・18 정신을 되새겨보는 방송이 뉴탐사에서 진행됐다. 뉴탐사의 새로운 프로그램 아트인사이트 첫방송에서 권윤지 작가는 브레히트의 시를 통해 진실에 대한 관점과 역사의 현장을 통과하며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읽어냈다. 작가는 브레히트의 시 세계가 지닌 혁명성과 인간애, 그리고 부조리한 현실에 맞선 예술가의 저항정신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5・18의 정신을 계승해나가야 할 이유를 되돌아봤다.


진실된 말의 조건


방송 도입부에 강진구 기자는 "모든 권력은 말에서 나오지만 모든 말이 권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이 권력이 되기 위해서는 말이 아름답고 행동과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아름답지도, 행동과 일치하지도 않기에 그의 말은 권력을 얻지 못한다는 게 강 기자의 지적이다.


'울룸'에 담긴 혁명가의 초상


브레히트의 시 '울룸'은 한 평범한 재단사가 주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날개를 만들어 성당 첨탑에서 날아오르다 추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기존 권력에 맞서 진실을 향해 날아오르는 이들의 치열한 삶과 비극적 최후를 그려냈다. 권 작가는 "누가 믿어주지 않아도 자신의 꿈을 형상화하고 세상에 내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혁명가의 초상을 본다"고 말했다.


병실에서 만난 삶에 대한 통찰


'샤리테 병원의 하얀 병실에서'는 시인이 병실에 누워 죽음을 앞둔 순간 깨달음을 얻는 내용을 담았다. "나 자신 부재하는 것 빼고 부재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죽음조차 초월하는 경지에 이른 화자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시인은 세속적 목적에서 벗어나 순수한 존재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역설한다. 권 작가는 "인간성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결국 우리를 혁명가로 만든다"며 이 시가 주는 메시지를 되새겼다.


상처투성이 혁명가에 대한 헌사

'후손에게'는 히틀러 정권 말의 독일에게'에서 브레히트는 나치 시대를 겪은 세대가 후대에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를 비난할 때 우리가 겪은 암흑도 함께 기억해달라"는 구절에는 불의에 맞선 이들의 상처와 고뇌가 담겨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신발보다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며" 살아온 이들의 절규가 담겨 있다. "우리는 안다. 저열을 향한 증오심마저도 우리의 대열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또한 불의에 대한 노여움이 목소리를 쉬게 만든다는 것을"이라는 구절은 부조리한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상처투성이 된 혁명가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후대에 "우리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드러낸다. 5・18의 투사들 역시 자신들의 몸을 던져 군사 폭력에 저항하고 민주주의의 불꽃을 지펴냈다는 점에서, 이 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악에 물들지 않기 위한 각성


방송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통해 5・18 당시 상황을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군인들 중 다수는 악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했기에 잔혹한 폭력에 가담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악에 물들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한다. 작가는 "우리가 혐오와 차별의 언어에 둔감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5・18의 기억을 오롯이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5・18"


권 작가는 "5・18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총칼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편견과 억압, 불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가 혁명가는 아니어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5・18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악하지 않은 말들은 바보 같다. ​반들반들한 이마는 둔감함을 의미한다. ​웃는 사람은 끔찍한 소식을 아직 접하지 못했을 뿐이다.
브레히트 '후손에게' 중에서

방송 말미에는 "웃는 사람은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사람일 뿐"이라는 경구는 부조리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서는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일깨운다. 5・18 희생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오늘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마주한 혁명의 과제일 터이다. 작가의 말대로 "아름다움을 믿는 자만이 역사의 암흑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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