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X파일
체코 원전 수출의 허와 실: 24조 수주 뒤에 감춰진 진실
체코 원전 수출을 둘러싼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24조 원 수주'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뉴탐사 '원자력X파일' 프로그램에서 최영민 감독, 이정윤 대표, 김대경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가 체코 원전 수출의 문제점을 짚었다.
24조 원? 실제 수주액은 10조 원에 불과할 수도
전문가들은 24조 원이라는 수치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김대경 컨설턴트는 "24조 원은 체코 측 전체 프로젝트 예산일 뿐"이라며 "한국이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체코 대통령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60%를 자국 기업들이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윤 대표는 "24조 원 중 실제 한국 기업들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10조 원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원전 건설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10조 원은 큰 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처음 시도하는 기술들, 안전성 지표도 뒤처져
체코 원전 프로젝트에는 한국이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적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김 컨설턴트는 "코어캐처, 이중격납, 냉각탑 등 한국이 처음 시도하는 기술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원전 기술 수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 컨설턴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APR1400 모델은 안전성 지표인 CDF(노심손상빈도)와 LRF(대량방출빈도) 면에서 다른 나라의 최신 모델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돈으로 짓는 원전? 금융 조달의 문제
원전 수출에서 중요한 또 다른 측면은 금융 조달이다. 김 컨설턴트는 "발주국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출국이 대출이나 자본 참여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UAE 바라카 원전 사례를 들며 "한국이 25억 달러를 대출해주고, 47억 달러를 자본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수주 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 대표는 "결국 우리 돈으로 원전을 짓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체코 원전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컨설턴트는 "체코 원전 사업에도 한국의 자본 참여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명성 부족과 공기 지연, 비용 초과의 위험
전문가들은 원전 수출 사업의 투명성 부족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바라카 원전의 경우, 10년이 지났는데도 정확한 수익 구조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컨설턴트는 원전 사업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사례를 들며 "비용이 180억 파운드에서 460억 파운드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중한 접근과 국회 차원의 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체코 원전 수출에 대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컨설턴트는 "기존 수출 원전의 사업 평가와 신규 수출 원전에 대한 철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국회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 역시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체코 원전 수출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장밋빛이 아닐 수 있다. 24조 원이라는 수주 금액의 실체, 기술적 도전, 금융 조달의 문제, 사업의 위험성 등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 사업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추진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