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당 불참 속 특검법 180대 0 통과
국회는 28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180대 0으로 가결된 이번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향후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야 대립 속 특검법 통과 배경
이번 특검법 통과는 그동안 제기되어 온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야당은 기존 검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반면 여당은 이미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민의힘 소속 권은희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는 여당 내부에서도 특검 도입에 대한 이견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경과와 결정적 증거
2020년 2월 뉴스타파의 최초 보도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는 여러 변곡점을 거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시절인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수사가 더디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퇴임 이후인 2021년 7월부터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같은 해 12월 권오수 등 6명이 기소되었고, 이 과정에서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 바로 신한증권 이동훈 지점장의 진술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전인 2021년 12월 16일과 2022년 1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작성된 이동훈 지점장의 진술조서에는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관여를 강력히 시사하는 증언들이 담겨 있었다.
이 진술은 그동안 의혹 수준에 머물렀던 김건희 씨의 개입 정황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이 증거가 확보된 시기가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과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동훈 지점장의 진술조서는 1차와 2차에 걸쳐 작성되었으며, 각각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차 진술조서(2021년 12월 16일)의 주요 내용:
- 이동훈 지점장은 김건희 씨가 주식 거래에 직접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 "김건희 명의 신한투자증권 계좌를 이용하여"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진술했다.
- 2010년 1월 12일 거래에 대해 "호가를 최고 2,550원까지 높여가며" 주가를 조작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2차 진술조서(2022년 1월 26일)의 주요 내용:
- 2009년 7월 24일과 7월 30일 주식 거래와 관련해 "통정매매"였다고 명확히 진술했다.
- 김건희 씨의 주문이 7초 만에 이루어진 것에 대해 "통정매매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10년 1월부터 29일까지의 거래에 대해 "김건희 지시에 따라" 고가매수, 물량소진, 허수매수 등을 실행했다고 증언했다.
이 진술조서들은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통정매매"와 "김건희 지시"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증거는 향후 특검 수사가 진행될 경우 핵심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연루 여부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이렇게 중요한 증거들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증거들은 수사에서 배제됐고 김건희 씨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탈탈 털었는데 나온 게 없다"는 현 정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은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더욱 강력히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으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
검찰 수사의 주요 쟁점들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를 둘러싼 여러 쟁점이 제기되었다. 우선 검찰이 주가조작 범죄의 종료 시점을 2012년 12월 7일로 설정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는 주가조작 주범 중 한 명인 김기현이 구속된 날짜다. 그러나 김기현 증인은 법정에서 "제가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언, 범죄 종료 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승근, 이준수, 이종호 등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종호는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의 대표로, 주가조작 실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이후의 수사 분위기 변화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이후의 수사 분위기 변화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2022년 5월 13일 공판에서 김기현의 증언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김기현은 2021년 봄, 즉 윤석열 총장 사퇴 직후부터 수사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이는 윤석열 총장 사퇴 이후 수사의 방향과 강도가 변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동시에 관련자들 사이에 불안과 혼선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검찰 내부 갈등과 특정 검사 좌천 논란
검찰 내부의 수사 방향을 둘러싼 갈등도 주목받았다. 금융범죄 전문 검사인 박기태 검사는 철저한 수사를 주장한 반면, 한문혁 검사는 김건희 씨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관여를 시사하는 중요한 증거를 확보한 정덕채 검사가 갑작스럽게 제주지검으로 전보 발령을 받은 사실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사실상의 '좌천'으로 해석되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인사 조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수사에 대한 외부 압력이나 정치적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덕채 검사의 갑작스러운 전보는 수사팀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추가 수사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김건희 씨에 대한 직접적인 소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이동훈 지점장의 진술조서를 통해 김건희 씨의 직접적인 관여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쟁점들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철저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으며, 특검 도입 필요성의 주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특검 수사 시 예상되는 주요 조사 대상
특검이 실시될 경우,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은 물론 그가 투자했던 다른 종목들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도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NSN, 태광, 동양텔레콤 등 김건희 씨가 투자한 종목들 대부분이 상장폐지되거나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이들 종목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준수라는 인물이 도이치모터스, NSN, 태광이엔씨 등 여러 종목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어 주목받고 있다.
번호 | 김건희 투자종목 | 현재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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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도이치모터스 | 주가조작 재판중-이준수 개입 |
2 | 엔에스앤 | 주가조작 혐의-이준수 개입 |
3 | 태광이엔씨 | 미공개정보이용 혐의-상장폐지-이준수 개입 |
4 | 동양텔레콤 | 김건희 매도후 상장폐지 |
5 | 제너스시스템 | 김건희 매도후 상장폐지 |
6 | 빛과 전자 | 2년 6개월 거래정지 후 상장유지 |
결과 | 대부분 상장폐지 됐거나 범죄 혐의점 발견 |
이번 특검법 통과는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이를 탄핵 사유로까지 규정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국회의 재의결 가능성과 4월 총선 결과에 따른 특검법 재추진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특검 실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 흐름과 수사 결과가 한국의 정치와 사법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검 수사가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그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정치적 입지와 사법 정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