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정황이 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드러났다. 특히 이 통화 내용이 지휘관 회의 도중 켜진 마이크를 통해 예하부대에 실시간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원·요원·의원' 말 바꾸기로 얼룩진 尹의 국회의원 연행 지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당시 의결정족수와 연관 지어 말씀하셨기에 '인원'을 국회의원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빼내라고 했다"며 변명해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이날 곽 전 사령관은 '요원'이 아닌 '인원'이란 표현을 들었고, 이를 '의원'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며 발언 자체를 부인해 또다시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저는 그냥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다짜고짜 전화해서 의결정족수 안 되게 막아라,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가 어떤 공직 사회에서 상하 간에 가능한 것이냐"며 반박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국회 봉쇄 및 확보' 임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본회의장에 들어갈 의사는 전혀 없었다'며 '적법한 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형식 재판관이 '국회의사당이 확보되면 실탄을 가지고 들어갔겠냐'고 묻자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며 '집결지를 안으로 잡았다면 가지고 들어왔을 것'이라고 답해 진술의 신빙성 논란이 일었다.
켜진 마이크로 전군에 생중계된 대통령 지시
곽종근 전 사령관은 "특전사령관 주제하에 휘하 여단장과의 회의가 있었는데, 마이크가 그대로 켜져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증언했다. "그 통화 내용들이 마이크를 타고 특전사 휘하 지휘관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지시가 특전사령관 혼자만 들은 것이 아니라 예하 지휘관들이 함께 들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곽 전 사령관은 "시간이 한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정확한 워딩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150명 넘으면 안된다"는 특임단장의 증언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국회 본관에서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현장 지휘관이었던 그는 처음에는 이 숫자의 의미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형식 재판관이 "150명이 무슨 숫자인지,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게 뭔지는 몰랐다고 검찰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셨는데, 이게 국회의원을 의미하는 거라는 것은 알았다고 얘기를 하셨거든요"라고 지적하자, 김 단장은 말을 바꿨다. "나중에 언론을 보고 이해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의 수상한 내란 수사 조율 드러나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출두 전 수상한 통화 정황을 포착했다.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따르면, 김용현은 12월 6일 오후 10시 9분 대검찰청 차장과 통화했다. 이에 앞서 오후 10시 7분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통화는 경찰이 김용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직후 이뤄졌다. 김용현은 이찬규 검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통화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김주현 민정수석과 협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미애 의원은 "이 통화가 경호처 차장 김성훈이 노상원에게 제공한 비화폰으로 이뤄졌다"며 "내란 공범들의 은밀한 소통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김성훈에 대한 경찰의 영장 청구를 계속 기각하는 것도 이 비화폰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김용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무력화하고 신속하게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하지만 공소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등 핵심 증거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확보 시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이라고 예고한 진술도 제외됐다. 이는 검찰이 자신들의 내란 가담 정황을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특히 윤건영 의원은 "왜 갑자기 대검 차장에게 전화를 하겠나. 검찰을 믿고 들어가기 위한 물밑 조율이 있었던 것"이라며 "검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계엄 문건 둘러싼 거짓말 논란
최상목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계엄 지시 문건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도 "문건이 가로로 두 번, 세로로 한 번 접혀있어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에 제출된 문건에는 접힌 흔적이 없었다. 박선원 의원은 "다림질을 해도 접힌 자국이 남는다"며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계엄 선포문 수령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는 "국무회의 후 양복 뒷주머니에서 발견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국무회의가 5분 만에 종료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진술의 신빙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날 헌재 변론과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계엄 선포가 우발적 사태가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내란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특히 대통령의 직접 지시 사실이 확인되고 검찰 수뇌부가 내란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권력기관 전반의 개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내란 변호인단'의 수상한 연결고리
계엄 관련 사건의 변호를 맡은 고영일 변호사의 과거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전광훈의 최측근인 김승규 장로를 통해 전광훈과 인연을 맺은 고영일 변호사는 사랑제일교회 장로이자 기독자유통일당 대표를 지냈으며, 국민혁명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다.
특히 고영일 변호사는 대선 경선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현재 체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180석의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군사적 충돌을 일으켜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사법부의 기능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계엄 시도의 사전 복선이었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현재 고영일 변호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를 맡고 있다. 김용현이 전광훈 목사가 보낸 인물이라는 증언이 나왔지만, 고영일 변호사는 "하나님이 하라고 했다"며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스토킹"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거칠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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