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X파일
한수원 날치기 공청회 논란, 체코원전 수주 과연 웃을 일일까? 앞으로 벌고 뒤로 까먹는 원전수출의 진실
한빛원전 수명연장 공청회 파행
지난 7월 12일 영광에서 열린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 관련 공청회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1986년과 1987년 가동을 시작한 두 원전의 40년 설계수명이 다가오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10년 수명연장을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이 부실하다며 공청회 개최에 반대했다. 이들은 "평가서 초안을 주민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작성했다"며 "우리는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수원 측은 주민들이 퇴장한 뒤에도 공청회를 강행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를 "사업자의 귀책이 아닌 불가항력적 사유로 중단"된 것으로 규정, 향후 공청회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공청회를 두 차례 개최하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마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주민들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실질적인 소통과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출 계약 놓고 미국과 갈등 조짐
한편 정부와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미국과의 갈등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수원은 지난 7월 체코 정부로부터 24조 원 규모의 원전 2기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즉각 "한수원의 체코 원전 입찰 참여는 승인되지 않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한국이 사용 중인 원전 기술의 상당 부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법 '10 CFR Part 810'은 자국 원자력 기술의 해외 이전 시 에너지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웨스팅하우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2010년에는 '비즈니스 코퍼레이션 어그리먼트'를 맺어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체코 원전 입찰 과정에서 미국 측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이 미국 연방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물론 거액의 배상금 지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익 위한 원자력 정책 재검토 필요성 제기
체코 원전 수출 계약과 관련해 적정 가격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24조 원이라는 계약 금액이 프랑스 등 경쟁국 대비 50% 수준에 불과해 적자 수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체코 측이 60% 현지 조달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실질적인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술과 자금으로 해외에 원전을 지어주는 셈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수명연장이나 해외 수출 모두 안전성과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원자력 정책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전 안전과 수출 문제 모두 국민의 생명과 안전, 혈세가 걸린 사안인 만큼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한수원 측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조만간 원자력 정책 전반에 대한 설명과 향후 대책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