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입틀막 정권의 신종 언론탄압 속 ‘판옵티콘’에 갇힌 기자들과 새로운 희망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를 중심으로

2024-06-02 16:13:00

4.10 총선 참패 후 윤석열의 첫 기자회견과 기립 박수치는 기자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권력의 규율은 인간을 생산적인 순종형 신체로 길들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인간을 순종형 신체로 길들인다는 것은 유용성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신체의 힘을 증가시키고, 복종이라는 정치적 관점에서 봤을 때 동일한 신체의 힘을 감소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순종형 신체로 길들여진 인간은 명예로운 행동이나 불굴의 용기를 보일 수 있는 인간적 존재에서 멀어지고 대신 하나의 거대한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윤석열이 4.10 총선 참패 직후 취임 2주년을 맞아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은 엄청난 민심의 분노를 불러왔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김건희 명품백 수수사건 경우 검찰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지만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이었다. 윤대통령이 명품 가방 수수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청탁금지법에 따라 소속기관에 신고했는지, 해당 명품백은 현재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등 후속 질문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채상병 사망 사건 경우도 수사 외압의혹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은 “순직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부 장관에게 좀 질책을 했다”라며 동문서답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어떤 기자도 ‘국방부 장관에 전화를 건 사실이 있느냐’ ‘격노설이 사실이냐’ 등 후속 질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총선 기간 중 큰 논란을 빚었던 대파값 파동, 공영방송 장악시도, 김건희 비판 방송 중징계, 장모 최은순 가석방 등에 대해서는 아예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총선에서 압도적인 표심으로 윤정권을 심판한 국민들은 기자들이 윤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을 속시원하게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지만 헛된 기대였다. 특히 기자회견 직전 김수경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잠시 후 대통령께서 입장하신다. 언론인 여러분께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란다”며 기립을 종용했고, 기자들은 윤석열의 입장과 함께 일제히 박수를 쳤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단에 기립 요청을 했고 기자단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총선에서 겨우 탄핵저지선을 확보하고 역대 최악의 취임 2년 차 지지율(24%)을 기록한 윤대통령은 어퍼컷 세레모니를 날리던 당선자 시절처럼 의기양양하게 기자회견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반면 기자들은 국민 기대와 달리 시종 윤대통령 앞에서 너무나 공손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었고 윤대통령의 자기변명, 자화자찬을 위한 조연에 충실했다. 푸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난 2년간 기자들은 철저히 순종형 신체로 길들여졌거 대통령실은 총선은 비록 참패했지만, 언론장악의 성과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기자들 스스로가 불편한 질문을 틀어막는 윤정권의 언론통제 방식


푸코는 죄수들을 순종형 신체로 길들이기 위한 가장 큰 효율적인 장치를 ‘판옵티콘’이라고 했다. 원형 감옥인 판옵티콘의 특징은 중앙의 관제탑에 근무하는 간수들은 개별 독방에 갇힌 죄수들을 언제든 볼 수 있지만, 죄수들은 간수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간수들이 24시간 감시를 하지 않더라도 죄수는 자신이 끊임없이 감시받고 있다는 의식 속에 규율을 위반하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판옵티콘은 인간이 권력의 감시를 스스로 내면화하는 순간 굳이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며 순종형 신체로 길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일은 언론을 통제하는 거대한 판옵티콘을 떠올리게 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누가 굳이 시키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불편해하는 질문은 알아서 배제한다. 적당히 언론인 척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변이 부족하더라도 기자회견장을 어색하게 만들 추가 질문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이처럼 기자들을 권력에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게 만든 윤정권의 판옵티콘은 정치검사들이 법조기자들을 통제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서초동에 있는 법원과 검찰을 출입할 수 있는 법조기자단은 42개 언론사 기자 259명(2022년 12월 기준)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입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6개월 동안 최소 3명으로 법조팀을 꾸려 법조 기사를 써야 가입 자격이 생긴다. 여기에 실제 가입하려면 각각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서울중앙지법 기자단 3분의 2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각사 법조팀장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조팀장들은 대부분 친검기자들로 구성돼 있고 검찰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매체들은 당연히 거부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어렵게 법조기자단에 가입하고 나서도 검사들로부터 정보를 받아 단독기사를 쓰는 ‘이너써클’에 들어가려면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검찰들의 입맛에 맛은 기사를 써야 한다. 한동훈이 기사들이 써온 기사 초안을 지도하고 출고된 기사에 대한 평가를 해주며 법조기자들 사이에서 ‘편집국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이 모든 언론 통제과정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정치검사들이 만들어낸 판옵티콘에 스스로를 가둔 결과라 할 수 있다.


윤정권 출범 후 이같은 법조기자 길들이기 방식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불편한 보도를 하는 기자들과 입맛에 맛은 기자들을 차별대우하는 방식으로 기자들을 순종형 신체로 길들이는 언론통제를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2022년 11월 9일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MBC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불허 통보를 받았다. 윤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파동 당시 MBC가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보도해 국익을 해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서 항의 성명과 함께 집단행동이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하고 다른 기자들은 모두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 이처럼 MBC 기자의 탑승을 불허한 채 출발한 대통령 전용기안에서는 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윤대통령이 채널A와 CBS기자 단 2명만 따로 불러 각각 1시간씩 단독인터뷰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다른 기자들은 승무원과 함께 유유히 대통령 전용공간으로 이동하는 두 기자들 부러운 듯 바라만 볼 뿐 아무도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 당시 전용기 안의 기자들 머릿속에는 공연히 나서봐야 MBC처럼 찍히고 나도 나중에는 저렇게 대통령 부부의 선택을 받아야지 하는 생각이 더 간절했을 것이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렇게 치졸한 방식으로 언론사들을 길들이지는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자들이 놀랍게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같은 시스템에 순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10 총선 후 국민들을 분노케 한 기자회견 다음날 대통령실에서는 황당한 언론 참사가 기자들 스스로 선택에 의해 이뤄졌다. 윤석열이 서울 전통시장(영천시장) 방문을 마치고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인용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자단 차원에서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비공개 일정이기에 비보도가 원칙이지만 보도는 각사의 판단에 따르되, 윤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따옴표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방침이 고지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후 KAIST 졸업생, 의사, 심지어 현역의원까지 대통령에 불편한 질문을 하려다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입틀막 정권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누구도 기자들의 입을 틀어막지 않고 있다. 기자들 스스로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할 자신들의 입을 막고 있을 뿐이다.


윤정권에 불편한 보도를 한 더탐사 기자들에 대한 폭압적 언론탄압

-한 개 언론사 상대로 20여 차례 압수수색과 2차례 구속영장


윤석열 정권 출범 후 대다수 언론이 스스로 순종형 신체로 길들여지는 와중에도 판옵티콘에 저항에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기자들은 있었다. 2022년 11월 MBC기자의 전용기 탑승 불허조치에 항의해 이른바 출근길 문답인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을 향해 불편한 질문을 던진 이기주는 대통령실 기자단 내에서 침묵의 카르텔을 깬 첫 번째 기자였다. 이 일로 ‘소통’이 아니라 ‘쇼통’으로 비판받던 도어스테핑은 중단이 되었고 MBC는 지금까지 온갖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기자들 상대로 한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와 같은 야만적 탄압을 예상한 언론사나 기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레거시미디어 바깥쪽의 소위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대안 언론 매체들 상대로는 폭압적 탄압의 전조가 일찍부터 나타났다. 2022년 8월 25일 경찰은 경기도 남양주시 더탐사 사무실을 시작으로 강진구, 최영민, 박대용, 권지연 기자의 자택을 압수했다. 더탐사는 대선과정에서 쥴리의혹, 아크로비스타 비밀, 김만배 누나의 윤후보 부친 연희동 주택 매입, 건진등 무속인 논란 등 윤후보에 매우 비판적인 보도를 진행해온 매체였다. 경찰은 기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찾아와 기자들 차량번호, 가구원 수 등을 확인하고 CCTV를 통해 기자들 동선을 파악한 사실도 확인됐다. 압수수색 영장 등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사실상 개인사찰을 진행한 것이다. 이런 작업을 거쳐 자택문 앞, 공동현관, 주차장 등에 미리 경찰관들을 대기시킨 뒤 초인종을 누르고 전격적으로 자택 안으로 밀고 들어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권지연 기자 경우 문을 열어주지 않자 강제로 도어락을 뜯어낸 후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물리적 충돌을 의식해 1층에 소방차까지 대기시켰다. 박대용 기자는 자택에 부인과 딸만 있는 사실을 알고도 절삭기를 동원 강제로 문을 열고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더탐사(현 뉴탐사)기자들은 이같은 폭압적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2022년 10월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소위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국정감사장에서 한동훈이 “내가 거기 있었다면 직을 걸겠다”고 나오자 처음부터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단정 지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 버스 등을 제외하면 어떤 언론도 자체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언론들이 주로 국민의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만 이어가던 중 11월 25일 조선일보는 경찰 수사결과를 인용해 “청담술자리 목격자로 알려진 첼리스트가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때부터 민주당마저 더탐사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청담동 술자리 보도는 사실상 가짜뉴스로 낙인이 찍혔다. 한동훈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12월 2일 더탐사 기자들을 형사고소와 함께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한동훈은 자신의 관용차량을 추적한 김시몬 기자를 스토킹으로 신고한 데 이어 반론취재를 위해 자신의 집을 찾아온 기자들을 주거침입으로 또다시 고소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기관을 동원해 직원 수 10여 명의 소규모 매체를 말살시켜버리겠다고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동훈이 이처럼 공권력을 남용하며 비판적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선 가운데 윤대통령까지 더탐사 죽이기에 가세했다. 2022년 11월 30일 윤석열은 국무회의에서 더탐사 기자들을 겨냥해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떠한 고통이 따르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사실상 수사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윤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12월 6일 더탐사 기자들에 대한 고소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로 이송이 됐고 강진구, 최영민, 박대용 기자 등을 상대로 2차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급기야 경찰과 검찰은 12월 27일 강진구, 최영민 기자를 상대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다행히 법원에 의해 검·경의 무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윤정권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023년 2월 22일 다시 강진구 기자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은 또다시 기각됐다. 한 개 언론사를 상대로 20여 차례 압수수색과 한 명의 기자를 상대로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시기에 2번씩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과거 언론 흑역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거였다.


더탐사 죽이기 시도를 통한 윤정권의 노림수는 기자들에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

-판옵티콘을 벗어나 비판적 보도를 이어가려는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압수수색은 일상이 됐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 첫 장에서 죄수들이 스스로 순종형 실체로 길들여지도록 한 세련된 근대적 규율장치와 달리 프랑스 절대왕정이 사용한 끔찍한 방식의 전근대적 규율장치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루이 15세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시종 무관 다미엥을 처벌하기 위해 당시 절대권력은 광장에 수많은 군중을 불러모은 후 최대한 시간을 끌며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반역자를 괴롭히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장면을 보도록 했다. 푸코는 이 잔혹한 공개처형의 목적은 “나도 권력에 저항했다가 저렇게 되겠다”는 공포감을 광장에 모인 군중들의 신체에 각인시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국무회의에서 더탐사 기자들을 겨냥해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떠한 고통이 따르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한 대목은 푸코가 소개한 전근대적 규율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더탐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직원들과 가족들의 절규. 사무실 철문을 뜰어낼 때 나오는 굉음,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강진구 기자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 등은 이를 지켜본 기자와 언론사에 “우리도 잘못하면 더탐사 꼴 나겠다”는 공포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 점에서 더탐사 기자들을 상대로 한 구속영장은 비록 2차례 모두 기각됐지만, 언론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들이 어떻게 고통을 봤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목적을 이룬 셈이다.


더탐사에 대한 폭압적 탄압은 판옵티콘에 갇혀 스스로 길들여지기 보다 비판적 보도를 이어가려는 언론사와 기자들 역시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임을 암시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2023년 1월 26일 윤정권은 더탐사와 함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보도한 시민언론 민들레 사무실과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강진구 기자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3개월쯤 지난 5월 30일 경찰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혐의로 MBC 기자 자택과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대형언론사도 폭압적 방식의 언론탄압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MBC 본사 압수수색에 대한 충격이 채가시도 전인 9월 14일 검찰은 뉴스타파와 JTBC 본사 및 뉴스타파 기자 2명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9월 19일 경찰은 ‘이동관 얼굴 방송사고’를 낸 YTN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압수수색이 회수를 거듭하면서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다루는 방식도 점점 더 폭압적으로 변해갔다. 10월 11일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던 날 검찰은 경찰관까지 동원해 새벽에 강제로 문을 뜯고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혐의는 대선과정에서 허 기자가 민주당으로부터 돈을 받고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는 허위기사를 썼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작 허 기자는 영장 범죄사실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과 접촉한 사실도 없고 일부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구체적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도 없이 짐작과 추정만으로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남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10월 26일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에 이어 12월 26일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들에게 적용된 공통된 혐의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후 기자들을 수시로 소환해 괴롭히기만 했지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더탐사를 시작으로 MBC, 뉴스타파, JTBC, 리포액트, 뉴스버스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려는 기자들에게 압수수색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 자신들에게도 닥칠지 모를 일상이 돼버린 것이다. 기자들이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취재원 보호 원칙 역시 더 이상 믿음을 주기 어렵게 됐고 자연히 언론사에 대한 제보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됐다.


윤정권의 언론 폭압에 맞설 유일한 무기는 기자들 스스로 용기와 시민과 연대

-뉴탐사는 윤석열이 기대하던 고통이 아니라 희망의 상징으로 성장하고 있다.


누군가가 부당한 탄압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 탄압을 멈추게 하지 못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다음 탄압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강진구 기자에 대해 2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더탐사 기자들은 여러 언론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한겨레, 오마이뉴스, 헤럴드 등을 제외하면 강기자가 29년간 몸담았던 경향신문은 물론 대부분 언론은 침묵을 지켰다. 더탐사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민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언론자유와 인권 보호에 앞장섰던 민주언론시민연합, 민변마저도 외면하거나 몸을 움츠렸다.


민주당 역시 일부 의원들이 SNS를 통해 기자를 상대로 2번씩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태에 유감을 표시했으나 혹시나 가짜뉴스로 낙인찍힌 청담동술자리 보도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의식한 듯 당의 공식적인 성명이나 논평은 없었다.


이처럼 대부분 언론은 물론 국정감사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마저 거리 두기를 할 때 윤정권의 잔혹한 탄압으로부터 더탐사 지키기에 나선 것은 일반 시민이었다.


20220년 8월25일, 12월 7일 더탐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이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본 많은 시민들이 몰려와 항의하면서 압수수색 나온 경찰관들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후로 더탐사 기자들을 상대로 조사하던 경찰관들은 “웬만하면 더탐사 사무실은 압수수색 안 하고 싶다”며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동훈이 관용차량을 추적한 김시몬 기자를 스토킹으로 고발한 후 경찰관들이 휴일 가족들과 함께 있는 집까지 찾아와 휴대폰을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요구할 때도 시민들의 도움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수서경찰서는 집에 찾아온 이유와 목적을 밝히길 거부하다 더탐사 생중계를 보고 현장에 나온 시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이자 할 수 없이 담당 팀장이 굳게 닫힐 출입문을 열고 강진구 기자를 사무실로 불러 해명했다.


2022년 12월과 2023년 2월 강진구 기자에 대한 1, 2차 구속영장 청구 때도 영하의 쌀쌀한 추운 날씨임에도 강기자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날 때까지 많은 시민들이 함께 밤을 새우며 석방을 기원하는 감동적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차 구속영장 청구 때는 하루 사이에 5만여 명의 시민들이 강진구 기자 영장기각 탄원서에 서명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 모든 과정은 민주진보진영의 유튜버들을 통해 생중계됐고 직원 수 15명밖에 안 되는 더탐사 뒤에 수많은 시민이 함께한다는 사실에 더 이상 수사기관도 더탐사를 우습게 볼 수 없었다.


이처럼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무사히 구속위기를 넘긴 더탐사 기자들은 친윤언론들과 국민의힘에 의해 가짜뉴스로 낙인이 찍힌 청담동 술자리 진실을 계속해서 파헤쳐 나가고 있다.


먼저 첼리스트가 2023년 4월 4일 옷가게에서 만나 친해진 지인에게 “윤석열, 한동훈을 봤다”고한 새로운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청담동술자리를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2022년 11월 25일 조선일보 보도를 뒤집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또한 경찰 조사결과 술자리 당일 첼리스트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던 2명으로부터 전혀 다른 증언을 얻어냈다. 이들은 더탐사 기자와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술자리 당일 청담동에 없었고 경찰로부터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알리바이 입증을 거부하고 있는 한동훈, 윤석열을 대신해 유령인물까지 동원해 사건을 조작한 의혹까지 제기할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최대악재가 될 것이라고 폄하되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가 이제는 윤석열과 한동훈의 거짓말 게이트, 경찰의 조작수사와 외압 의혹 등 윤정권에 가장 위협적인 게이트 중 하나로 발전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도 6개월 가까이 사건처리를 미루던 검찰은 4.10총선 후 기자들 상대로 차례로 소환조사를 진행하면서 청담동 술자리를 허위사실로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의도대로 청담동 술자리 진실을 쉽게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뉴탐사는 더탐사 시절보다 한층 더 진화했다. 그날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와 단서도 더탐사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스스로 술자리 당일 어디에 있었는지 해명하거나 검찰이 이들을 불러서 조사하기 전까지 뉴탐사의 취재는 계속될 것이다.


윤석열은 2022년 11월 30일 더탐사에 대한 폭압적 수사를 통해 정권에 불편한 보도를 하는 기자들이 어떻게 고통을 치르는가를 보여주고 싶어 했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더탐사에서 뉴탐사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뉴탐사 기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뭔지를 알고 있고 그 숭고한 사명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뉴탐사는 비록 대형언론사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작은 매체이지만 어떠한 탄압 앞에서도 진실을 규명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매체로서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4.10 총선 후 윤석열의 첫 기자회견 때 보여준 대다수 언론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뉴탐사의 모습을 보라. 뉴탐사는 윤석열이 기대했던 고통이 아니라 희망의 상징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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