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부산 공천음모 녹취 터지자 이상호 "중앙당 조직국은 내 식구"

서태경·김병수 투서 컷오프 모의에 중앙당은 면담만

제보센터 투서→면접 질문→시당 실사→공관위 컷오프 설계 녹취

녹취 유출 뒤 차상호 "모른 척하라"·이상호 "조직국은 내 식구"

중앙당 조직국 커피숍 면담으로 마무리…서태경 경선 거쳐 사상구청장 당선


6·3 지방선거를 두 달 반 앞둔 3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실에서 통화 녹음 하나가 재생됐다. 김병수 당시 부산시당 사무처장이 여성 당직자에게 들려준 녹음이다. 통화 상대는 서태경 당시 사상구청장 예비후보였다. 두 사람은 사상구 구의원 후보들을 투서로 걸러내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었다.


녹취가 새어 나가자 부산의 비선 인사들이 움직였다. 당직이 없는 차상호 전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은 출마 예정자에게 "모른 척하고 있어라"고 했다. 미키루크로 불리는 이상호씨도 그에게 "조직국 애들이 다 내 식구들이야"라고 말했다. 중앙당 조직국은 현장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서태경 후보는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았고 사상구청장에 당선됐다.


면접 질문에서 실사까지, 컷오프 설계도


녹취에서 서태경 후보는 자신의 구상을 차례로 설명한다. 먼저 정승우씨 쪽 구의원 후보들에 대한 제보를 당 제보센터에 넣는다. 공천 면접에서 그 내용을 질문으로 던진다. 답변을 명분 삼아 시당이 실사를 나간다. 실사 결과를 공천관리위원회 테이블에 올려 결론을 내린다는 순서다.


서 후보는 시점까지 계산했다. 미리 실사하면 상대가 눈치채고 대응한다며, 면접 직후 실사해 바로 공관위에 올리자고 했다. 나중에 재심을 청구해도 문제없다는 논리도 폈다. 그는 "그때는 그럴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라는 식으로 정리하면 된다고 했다.


김병수 사무처장은 투서 형식까지 조언했다. 실명이든 익명이든,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괜찮다고 했다. 문장은 깔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후보는 "내일 오후 회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게 준비해 보겠다"고 답했다.


통화 뒤 김 사무처장은 당직자에게 서 후보를 움직인 이유도 밝혔다. 반대편 사람들이 구의원으로 들어오면 서 후보가 구청장이 돼도 휘둘린다는 것이다. 그는 "사상 바닥은 이렇게 정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새벽 2시 제보센터에 들어온 투서


제보자에 따르면 녹음을 들은 날은 3월 19일이다. 다음 날 새벽 2시, 제보센터에 해당 투서가 접수됐다. 제보자는 이 제보가 허위라고 보고 있다. 투서에는 실명 제보자도 적혀 있었다. 서 후보는 김 사무처장에게 그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연락처는 아무 번호나 썼다고 설명했다.


3월 20일 오후 2시쯤 변성환 당시 부산시당 위원장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시간 반쯤 뒤에는 당사자인 김 사무처장에게 내용이 전해졌다. 김 사무처장은 오후 3시 39분 당직자에게 "최악의 상황 브리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은 징계를 받고 서울로 소환될 수 있으며, 서 후보는 구청장이 돼도 휘둘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김 사무처장은 녹취가 어디서 샜는지 추적했다. 녹음에는 "서태경이 나랑 통화한 걸 넘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위를 따지는 목소리가 담겼다. 다른 녹취에서는 반대편 인사들의 발언을 녹음해 모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미키루크에게 말하자 "야 이 새끼 머리 좋네"라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했다.


제보자는 김 사무처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스스로를 지키려고 녹음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제보센터 실무 담당자여서 지시대로 하면 범행에 가담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신고밖에 저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안은 선거관리위원회 신고를 거쳐 경찰에 넘어갔고, 제보자는 형사 고소도 진행 중이다.


당직 없는 차상호, 조직국 일정부터 알았다


제보자는 3월 24일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청원했다. 김 사무처장은 3월 27일 대기발령을 받았다. 사유는 품위 문제였고, 공천 개입 의혹은 별도로 심의하겠다고 했다. 이후 공천 개입 부분이 징계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대기발령 무렵 차상호 전 수석부위원장은 서 후보와 경선을 앞둔 출마 예정자에게 전화했다. 그는 조직국이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내려올 것이라며 다른 데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시당 청년위원장인 이정욱씨의 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자격도 취소될 수 있다고 했다. 조직국에다 "정리 좀 하라 했으니까"라는 말도 나왔다. 당직이 없는 인사가 징계와 조사 일정을 먼저 꿰고 있었던 셈이다.


이상호씨도 이 출마 예정자와 통화했다. 그는 조직국이 내려온다며 "조직국 애들이 다 내 식구들이야"라고 했다. 문제가 커지면 사상구가 전략공천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이어 "이번에 그냥 깨끗하게 승복하고 다음 지역위원장을 노렸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커피 한 잔으로 끝난 중앙당 조사


조직국은 3월 29일 부산 현장 조사를 했다. 윤리감찰단은 내려오지 않았다. 서 후보는 당시 상황을 "조사라기보다는 인터뷰 정도였죠"라고 했다. 커피숍에서 차를 마셨고, 누가 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사상구청장 공천은 단수에서 상대 후보의 재심 청구를 거쳐 경선으로 바뀌었고 서 후보가 이겼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검증은 시·도당 공관위 몫이다. 변성환 위원장은 두 사안을 모두 중앙당으로 넘겼다. 김병수 사무처장의 후임으로는 정경원 사무처장이 왔다. 정 사무처장은 차상호씨와 부산시당에서 함께 일한 이력이 있다. 4월 5일 면접에서는 문제의 투서 내용이 질문으로 나왔다.

민주당 후보 추천 규칙에는 공정 경선을 방해하면 당원 자격정지 이상으로 징계한다고 적혀 있다. 서 후보는 뉴탐사에 "조사가 끝난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 없습니다"라고 했다. 당시 조직국 부장은 공정하게 처리했다는 답만 내놓고 이후 연락을 받지 않았다.


김병수 전 사무처장은 녹취 내용이 "소설 쓴 거죠"라고 했다. 힘들다는 지역위원장을 위로하다 나온 말이며 "실현 가능성이 0%인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녹취가 편집됐다고 들었고, 공관위에서는 스스로 빠졌다고도 했다. 정승우씨는 당원도 아니면서 지역에서 세력을 꾸린다며 제보센터를 안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제보센터 제보는 공관위원 한두 명이 걸러 공관위에 올렸다. 확인되지 않은 익명 제보를 걸러낼 지침은 없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업무 우선순위가 아니에요"라고 했다. 이어 "대표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정치 관심 없다"던 이상호, 후보 앞 강의


이상호씨는 뉴탐사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산 정치에 거리를 뒀다. 그는 전당대회 말고는 "평상시에 관여를 안 해요"라고 했다. 지방선거 공천 잡음도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김병수 사무처장에게 당대표 비서실행을 제안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러나 김 사무처장이 2월 10일 보낸 메시지 내용은 다르다. 이씨가 전당대회가 끝나면 비서실에 갈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고 적혀 있다. 김 사무처장은 부산 출신인 자신을 좋게 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비서실은 당직자들이 기피하는 곳이라고도 했다.


부산시당은 5월 13일 오후 7시 광역·기초의원 후보자 전원 회의를 열었다. 후보 등록 하루 전이다. 안내 문자에 강사 이름은 없었다.


시당 관계자는 이씨가 강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했다. 당시 참석한 시의원 후보는 이씨가 강의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강사가 미리 공지됐다면 "내가 가지 않았죠"라고 했다. 참석자들이 불만을 품고도 "다들 무서워서"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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