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공소청 검사, 연 199만건 떠안고 사건당 검토 1시간35분

박기택 변호사 "검사 800명 늘려도 사건당 6시간이 안 된다"

송치 사건 맡는 검사 1329명, 수사관 합쳐도 3615명

공소청 직제 적용 땐 검사 늘고 수사관 294명 줄어

김민석, 김용민 법사위 사보임 질문에 "여러 방법 중 하나"

2026-09-23 15:16:07

다음 달 2일 문을 여는 공소청에서 검사 한 명이 사건 하나에 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5분이다. 검사 출신 박기택 변호사가 2022년 검찰 배치표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다. 공소청에는 해마다 199만6758건의 사건이 쏟아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청 검사는 피의자를 직접 불러 조사할 수 없다. 경찰이 넘긴 기록만 보고 사건을 판단해야 한다.


송치 사건 맡을 검사는 1329명


2022년 검찰 배치표를 보면 전국 검사는 2097명이다. 본청에 1380명, 지청에 717명이 있다. 박 변호사는 이들을 맡은 일에 따라 세 무리로 나눴다. 경찰이 보낸 사건을 처리하는 1군이 1329명이다. 공판을 맡는 2군은 503명, 특수부처럼 직접 수사하는 3군은 265명이다.


앞으로 공소청의 무게중심은 1군에 실린다. 경찰 기록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가르는 일이 핵심 업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1329명에는 검사장과 차장검사, 지청장, 부장검사 같은 관리직 312명이 들어 있다. 이들은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인력으로 보기 어렵다. 관리직을 빼면 실제로 기록을 넘기는 검사는 1000명 남짓이다. 서류 더미 앞에 앉을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검사 곁에 붙는 수사관도 넉넉하지 않다. 박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사례를 따져보니 검사 1명당 수사관은 약 1.72명이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1군 수사관은 2286명이다. 검사와 수사관을 모두 합쳐도 3615명이다.


해마다 들어오는 사건 199만건


2021~2024년 검찰에 접수된 인원은 평균 약 160만명이다. 여기에 경찰이 불송치하거나 수사를 중지한 사건 51만8000명분이 더해진다. 박 변호사는 이 가운데 교통사건 약 24%를 뺐다. 남은 76%, 39만4000명분이 검사와 수사관이 들여다볼 몫이다.


모두 합하면 한 해 199만6758건이다. 3615명이 나누면 1인당 한 해 552건을 처리해야 한다. 한 건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검사와 수사관을 합쳐 3시간 35분이다. 검사만 떼어 보면 1시간 19분이다. 관리직을 빼고 계산하면 이마저 1시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800명 늘려도 하루 근무시간에 못 미쳐


박 변호사는 검사를 100명씩 늘리고 줄여 가며 시간을 쟀다. 검사 100명에는 수사관도 비율대로 따라붙는다. 그렇게 100명이 늘면 사건 한 건당 검토 시간은 약 16분 늘어난다. 100명이 줄면 16분이 그대로 사라진다. 1군 검사를 1429명으로 늘릴 때 검사 1인의 검토 시간은 1시간 25분이 된다.


검사를 800명 늘린 2129명으로 잡아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사와 수사관을 합친 검토 시간은 5시간 44분이다. 검사 혼자서는 약 2시간이다. 하루 8시간 근무, 480분에도 못 미친다.


사건 하나에 꼬박 하루를 쓰려면 1군 검사만 약 2970명이 필요하다. 전국 검사 정원으로 치면 4000명이 넘는다. 박 변호사는 검사를 그만큼 늘리자는 계산이 아니라고 했다. 줄이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점을 숫자로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검사는 늘고 수사관은 줄어든다


공소청 직제안을 적용하면 숫자가 조금 바뀐다. 직접 수사를 맡던 3군 검사 265명이 1군으로 옮겨간다. 1군 검사는 1594명으로 늘어난다. 반면 수사관은 일반직 감축으로 294명이 줄어 1992명이 된다. 검사 1명당 수사관은 1.72명에서 1.25명으로 내려간다.


검사와 수사관을 합친 인력은 3615명에서 3586명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사건 한 건당 검토 시간은 3시간 35분에서 3시간 33분이 된다. 검사 1인 기준으로는 1시간 35분이다. 조직을 뜯어고쳐도 기록을 볼 시간은 사실상 제자리다.


바뀐 것은 따로 있다. 검사가 사람을 마주 앉혀 사실을 확인할 길이 사라졌다. 박 변호사는 분석 자료 결론에서 개정법이 이 수단을 없앴다고 짚었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시간도 부족하고 수단도 없는 상태에서 연 200만 명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라는 것은 이행의 형식화를 제도적으로 예정하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다."


박 변호사는 검찰에서 일하다 변호사가 된 뒤 삼성메디슨 사건으로 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친정인 검찰에게도 여러 차례 배신당했다고 말해 왔다. 그런 그가 김용민·박은정 의원과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두고 평가를 내놨다. 세 사람이 검찰 조직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정원 줄이기 경쟁과 인사권 충돌


법무부는 22일 공소청 출범 규모를 밝혔다. 현행 검사 정원 2292명의 80~85%인 1800명대다. 황운하 의원 등 10명이 낸 검사정원법 개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수사 직무가 없어진 만큼 정원을 1528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새 제도를 일단 시행한 뒤 전문기관에 업무량 분석을 맡겨 적정 정원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은 인사 문제로 번졌다. 추미애 지사와 김용민 의원은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지명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추 지사는 김 후보자의 대검 형사부장 시절을 겨눴다. 한동훈 전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이 무산된 데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반발한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린 점도 문제 삼았다. 추 지사는 행정안전부를 향해 "용병 김지용 구하기 대변인 노릇"을 그만두라고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선을 그었다. 인사에 이견이 있으면 당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곧바로 바깥에 반대를 드러내면 야당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의 법사위 사보임을 요구하는 댓글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과연 그것이 맞지 않는다 하면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되겠죠." 최종 결론이 나면 인사권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여당을 하면 안 되는 거니까"라고 덧붙였다.


김용민 의원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구절을 옮긴 글이다. 그 아래에는 "아직 뜨거운 개혁 의지가 필요할 때입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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