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이뤄진 대통령 관저 한옥 증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건희 씨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참석한 이후, 비엔날레에 전시됐던 한옥이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비용처리 문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뉴탐사는 ‘김건희 '관저 증축 중독' 의혹... 2024년 5월 또 은밀한 공사’라는 제목으로 올해도 이뤄진 수상한 대통령 관저 증축 내용을 보도했다. 용산구청에 올라온 고시 목록에서 2024년 5월 29일 6.12제곱미터 규모의 목조건물 증축이 착공된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선 것.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증축 시공업체로 등록된 원탑종합건설은 지난해 10월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한옥을 전시했고, 이를 본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해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와 증축을 해주었다는 내용이다.
해당 전시는 이이남, 전해갑 작가의 ‘아원의 시공간’으로 확인된다.
이 중 전해갑 씨는 한옥 건축가로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아원고택이라는 한옥 숙박업을 운영 중이다. 전해갑 씨는 해외 출타 중이라 직접 통화하지는 못했지만, 측근으로부터 당시 건축에 원탑종합건설이 참여했었다는 얘기를 추가로 들을 수 있었다.
앞서 원탑종합건설 이 모 대표는 대통령 관저 증축을 진행하게 된 경위를 질의하는 취재진에게 “우리가 전시한 것을 보고 누군가 마음에 들어해서 대통령실에서 연락을 했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된 한옥이 대통령 관저로 그대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에 방문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ohamed bin Zayed Al Nahyan)」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을 관저로 불러 소개하면서 한옥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기와지붕과 구조물 안착을 위한 하단부 시멘트가 추가로 설치됐지만, 대통령 관저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옥은 지난해 10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된 것과 매우 흡사하다.
5월29일 착공?.. 용산구청 신고도 허위
원탑종합건설 이 대표는 "공사에 두 달이 걸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용산구청에 신고된 리스트를 살펴보면, 증축신고일은 올해 5월 27일, 착공일이 이틀 후인 29일로 기재돼 있다.
그렇다면, 착공일에 윤 대통령은 어떻게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 함께 한옥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것일까. 용산구청에 등록된 증축 공사 신고 및 착공일자부터 허위라는 얘기다.
해당 전시에 참여한 한 작가는 “당시 전시된 한옥이 용산으로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된 구조물에 기와와 하단부만 추가로 설치한 것인지, 다시 제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 5월 29일 이전에 대통령 관저 증축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전시된 한옥을 보고 마음에 들어한 사람 누구?.. 비엔날레 참석은 김건희가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누구의 지시였다는 지점이다.
원탑종합건설 이 대표는 ‘전시를 보고 마음에 들어해서 대통령실에서 연락을 했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누가 이 전시를 보고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함구했다.
그런데, 당시 기사와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지난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강기정 광주시장의 초청으로 김건희 씨가 참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옥을 마음에 들어해 대통령실을 움직인 사람이 김건희 씨일 개연성을 높인다.
더구나 지난 2022년 9월 7일 이후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관리청은 행안부에서 대통령 비서실로 변경됐다.
김건희 씨 말 한마디에 대통령 비서실이 움직였다면 이 역시 가볍지 않다.
대통령비서실서 비용처리 어떻게 했을까?
이 한옥을 증축하면서 비용처리를 어떻게 했느냐도 중요한 쟁점이다.
원탑종합건설 이 대표는 기자의 추궁에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와서 전시했던 구조물을 수의계약해 지어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8천만원에 싸게 해 준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6천만원~7천만원에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불투명한 비용처리 문제는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만약 김건희 씨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된 한옥을 보고 마음에 들어해 국민 세금으로 사서 관저로 옮겼다면, 어떤 예산을 사용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만약 비용처리가 안 됐다면 더 큰 문제다. 뇌물성 선물을 의심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관저 증축 시공업체인 원탑종합건설은 2023년 법무부가 발주한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토목시공업체로도 선정됐다. 외국인청 설계업체는 김건희 씨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3년연속 후원업체로 이름을 올린 희림건설이다.
감사원은 지난 12일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불법 의혹에 대한 감사기간을 또 연장하겠다고 시민단체에 통보했다. 벌써 기간연장만 일곱 번째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