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하이브, 뉴진스 "민희진 복귀시켜라" 라이브 방송 직후 미국 '비방 전문' PR회사 본격 가동
2024년 8월 1일 태그PR 지분 51% 인수 계약…335억원 들여 산 회사, 민희진 공격 사이트 개설 정황
하이브가 뉴진스 멤버들의 민희진 대표 복귀 요구 라이브 방송 직후 미국 홍보 대행사 '태그PR(The Agency Group PR)'을 본격 가동해 민희진 씨에 대한 조직적 비방 캠페인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태그PR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유명인 공격용 역바이럴로 악명 높은 회사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태그PR이 비방 캠페인을 벌인 피해자 7명 중 한 명이 민희진 씨로 확인됐다. 이 소장은 미국 홍보회사 존스웍스 대표 스테파니 존스가 태그PR 설립자 멜리사 네이선 등을 상대로 2024년 12월 24일 뉴욕주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2025년 12월 8일 수정 소장이 제출되면서 민희진 씨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태그PR은 어떤 회사인가
태그PR은 2023년 9월 7일 설립됐다. 설립 당시 주소지는 '2110 Colorado Ave. Suite 200, Santa Monica, CA 90404'. 같은 주소에 하이브 아메리카도 입주해 있었다. 당시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는 스쿠터 브라운이었다. 스쿠터 브라운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태그PR 설립을 지원한 셈이다.

태그PR은 처음에는 스쿠터 브라운의 개인 회사 형태로 존재했다. 2024년 8월 1일 하이브 아메리카가 공식적으로 51% 지분을 2500만 달러(약 335억원)에 인수하면서 계열사로 편입됐다. 미국 음악 전문매체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가 9월 12일 하이브의 반기 규제 당국 제출 서류를 분석해 보도했다.
"우리가 누구든 묻어버릴 수 있다는 거 알잖아"
스쿠터 브라운이 태그PR의 배후라는 정황은 소장에 첨부된 문자 메시지에서 드러난다.
2024년 8월 2일 태그PR 대표 멜리사 네이선이 당시 존스웍스 소속 홍보담당자 제니퍼 아벨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누구든 묻어버릴 수 있다는 거 알잖아(You know we can bury anyone)."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에 대한 온라인 공격 캠페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메시지다.

12일 뒤인 8월 14일, 이번에는 아벨이 네이선에게 문자를 보냈다. "적어도 스쿠터 이야기는 안 나오네 그래도(At least it doesn't mention scooter but still)." 태그PR의 비방 캠페인이 언론에 노출될 위기에 처하자, 스쿠터 브라운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내용이다.
이 메시지들은 아벨이 2024년 8월 21일 존스웍스에서 해고된 뒤 고용 변호사 입회 하에 회사에 반납한 업무용 휴대폰에서 포렌식 분석을 통해 추출됐다. 존스웍스 측은 해당 문자들이 원본 상태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밝혔다.
직원 6명, 자산 106억원짜리 회사에 335억원
태그PR의 기업 가치 평가는 의문투성이다. 설립 당시 자산 총액은 106억원이었다. 직원 수는 6명에 불과하다.
하이브 아메리카가 51% 지분에 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것은, 이 회사 전체 가치를 약 700억원으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회사, 직원 6명짜리 회사를 700억원으로 본 것이다. 한 명당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누구든 묻어버릴 수 있다"는 능력에 그만한 값어치를 매긴 것일까.
뉴진스 라이브 방송 직후 태그PR 본격 가동
2024년 9월 11일, 뉴진스 멤버들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하이브가 민희진을 그만 괴롭혀라", "25일까지 대표로 복귀시켜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빌보드지 케이팝 전문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이 방송을 보고 하이브 측에 공식 입장을 문의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벤자민 기자는 이후 민희진 측에 문자를 보내 "하이브 US의 PR회사에서 당신에 대한 자료를 보내왔다"고 알렸다. 민희진 씨가 어느 PR회사냐고 묻자 벤자민은 "TAG PR"이라고 답했다.

9월 27일에는 minheejin.net 도메인이 개설됐다. 10월에는 민희진 씨를 비방하는 X(트위터) 계정도 만들어졌다.
민희진 비방 사이트, SM 주소로 위장
minheejin.net 사이트는 현재 접속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복구한 결과,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민희진 범죄자(MHJ Criminal)", "K-pop 범죄자", "그녀를 믿는 것을 멈춰야 할 때" 같은 문구로 도배돼 있었다. "민희진이 뉴진스를 학대했다"는 허위 주장도 담겨 있었다.

X(트위터)에 만들어진 비방 계정도 같은 내용이었다. 소개문에는 "민희진은 교활하고 비열한 사람이며, 그녀는 뉴진스 멤버들을 학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는 minheejin.net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계정의 등록 주소지다. 성동구 왕십리로 83-21.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주소다. 민희진 씨가 SM 출신이니, SM에서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위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링크와 검색엔진 조작
소장에는 태그PR의 공격 수법도 상세히 기술돼 있다. 핵심은 '백링크'와 '검색엔진 최적화(SEO) 조작'이다.
백링크란 제3자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특정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숨겨놓는 기법이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유럽 꽃 사이트, 정체불명의 위키 페이지 등에 비방 사이트 링크를 심어놓으면, 검색엔진이 이를 인기 있는 콘텐츠로 인식해 상위에 노출시킨다.
소장에 따르면 "포렌식 분석 결과 해당 웹사이트들과 그 홍보 활동이 특정한 디지털 지문을 공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존스웍스 대표를 비방하는 사이트,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공격하는 사이트, 그리고 minheejin.net이 동일한 디지털 지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조직이 제작했다는 뜻이다.

빌보드 기자 "하이브가 내 이름 도용했다"
하이브는 태그PR을 통한 비방 캠페인 의혹을 부인했다. "해외 PR 대행사에서 비방 자료를 뿌렸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제프 벤자민이 확인해줬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벤자민 기자는 12월 13일 민희진 측에 이메일을 보내 다른 얘기를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이브가 작성한 보도자료에서 저를 대신해 입장을 발표하면서 저를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했습니다"라고 썼다. "하이브 보도자료는 내 입장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벤자민은 "더 안타까운 건 빌보드도 이 사실을 알면서 상황을 바로잡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해 이 문제를 알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소환장 발부되자 스쿠터 브라운 해임, 태그PR 지분 처분
사태는 2025년 6월 급변했다.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자신을 공격한 배후에 하이브 아메리카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하이브 아메리카와 스쿠터 브라운을 상대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6월 10일 소환장 통지가 발송됐고, 6월 12일 송달이 시도됐다.
데드라인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이 소환장은 위기관리 PR 전문가 멜리사 네이선이 저스틴 발도니를 위해 수행한 업무와 관련해 하이브 아메리카가 보유한 모든 문서와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이었다.
소환장이 발부되자 스쿠터 브라운은 곧바로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국내 언론은 명예롭게 물러난 것처럼 보도했지만, 하이브 홍보 담당 부사장 박태희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스쿠터 브라운은 잘렸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스쿠터 브라운을 내보내는 동시에 태그PR 지분도 전량 처분했다. 2025년 3분기 보고서에는 "당기 중 보유한 지분 전체를 처분하였습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335억원 들여 인수한 지 1년 만에 손절한 것이다.

스쿠터 브라운은 미국 음악계에서 악명이 높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저스틴 비버와의 갈등설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 대중평론가 이한 캐롤은 "하이브는 한국 음악계의 마피아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저스틴 비버가 스쿠터 브라운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강력한 역바이럴 매체를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하이브가 2021년 스쿠터 브라운의 이타카홀딩스를 1조2천억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미국 대중평론가들은 "최악의 투자 참사"라고 평가한다. 인수 이후 하이브 아메리카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액만 2500억원이다.
하이브 측은 뉴탐사의 질의에 "해당 기사는 하이브나 하이브 아메리카와 무관한 법적 분쟁에서 나온 내용으로 당사자 일방의 주장"이라며 "정상적인 홍보 활동 이외에 소장에 적시된 것과 같은 내용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태그PR을 왜 그토록 비싼 가격에 인수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국내 언론은 이 사안에 침묵하고 있다. 한겨레만 12월 10일 관련 보도를 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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