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박우량 측근들, 신안 공무원 빈소서 뉴탐사 취재진 막았다

빈소 막은 건설사 이사, 박우량 재임기 수의계약 88억원

빈소 입구 욕설·몸싸움…유족 아닌 박우량 이종사촌·측근들

다일건설, 2019년~올해 5월 신안군 수의계약 300차례·88억원

유족 "명의 도용 자료는 허위"…무색해진 '뉴탐사 책임론'

2026-09-21 12:22:27

전남 신안군 공무원의 빈소 앞에서 취재진을 막아선 사내들은 유족이 아니었다. 박우량 전 신안군수의 이종사촌과 측근들이었다. 이들은 빈소 입구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다. 취재진은 유족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들은 이 장면을 비틀었다. 뉴탐사가 유족에게 멱살을 잡혀 쫓겨났다는 이야기로 바꿔 퍼뜨렸다.


숨진 장모 팀장은 박 전 군수 시절 추진된 정원수 사업을 두고 감사와 수사를 받아왔다. 중앙과 지역 언론은 감사·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배경으로 짚었다. 뉴탐사 보도를 원인으로 지목한 언론은 없었다. 취재진은 진실에 다가가려 지난주 현장을 확인한 뒤 빈소를 찾았다.


영상에는 험악한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한 남성이 "사람 죽여놓고 또 죽여보려고"라며 달려들었다. 다른 이들은 "촬영하지 마"를 외치며 욕설을 이어갔다. 처음엔 친척인 줄 알았다. 신안 군민들을 통해 신원을 하나씩 확인해 보니 유족과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이종사촌 대리점 2층엔 박우량 선거사무소


먼저 확인된 인물은 김모씨다. 김씨는 신안군 압해읍 옛 농협 건물에서 삼성전자 대리점을 운영한다. 지방선거 당시 이 건물 1층엔 김씨의 대리점이, 2층엔 박우량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었다. 김씨는 정원수 협동조합의 감사를 맡았다. 선거 때는 박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도 뛰었다.


취재진은 지난 4월 이종사촌 대리점에 신안군의 삼성 물품 구매가 몰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박 후보의 이종사촌이냐는 물음에 김씨는 "예예"라고 답했다. 신안군이 35억원어치를 사들인 경위를 묻자 "지금 손님하고 있다"며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다. 그 뒤 연락은 오지 않았다.


사명 바꾼 건설사, 수의계약 300차례·88억원


양모씨는 신안에서 다일건설을 운영한다. 등기상 대표는 최모씨지만 취재 결과 원래 이 회사 경리 직원이었다. 양씨는 사내이사로 올라 있다. 이 회사는 박 전 군수가 민선 7기에 들어선 2019년 사업 목적을 늘렸다. 조경 식재와 조경 공사, 수목 납품이 새로 추가됐다.


공개된 수의계약만 따져도 규모가 크다. 다일건설은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신안군과 300차례 수의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88억원에 이른다. 공시되지 않은 계약까지 더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박 전 군수가 낙선한 뒤인 올해 7월, 회사는 이름을 바꿨다.

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증언도 있다. 양씨가 박 전 군수의 동생 박우득씨와 잘 통하는 사이라는 내용이다. 그 친분으로 신안군 수의계약을 많이 따냈다는 말도 나왔다.

취재진은 양씨에게 전화로 해명을 요청했다. 양씨는 처음엔 못 알아듣는 척했다. 박우득씨와의 친분을 묻자 욕설을 쏟아냈다. "내가 멱살 잡았어? 잡았으면 네가 고소하면 될 거 아니냐"며 빈소 일도 부인했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라고도 했다. 88억원 수주 경위에 대해서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사촌동생으로 알려진 민주평통 상임위원


빈소 앞에는 또 다른 김모씨도 있었다. 그는 SNS에 자신을 민주평통 상임위원이자 디지털 크리에이터로 소개한다. 군민들 사이에선 박 전 군수의 사촌동생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지방선거 전날인 6월 2일 SNS에 열린공감TV 방송을 올렸다. 뉴탐사가 조국혁신당 후보를 돕고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 허위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1월 김씨가 프로필 사진으로 쓴 것은 정청래 당시 민주당 대표와 찍은 사진이다. 박 전 군수는 정 대표의 특보였다. 취재진은 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보냈다. 김씨는 답하지 않았다.


'뉴탐사 책임론' 퍼뜨린 유튜버들


시사타파TV는 빈소 방문 직후 게시물을 올렸다. "뉴탐사 강진구는 오늘 감히 장례식장에 찾아왔다가 멱살 잡히고 쫓겨났다"는 글이다. "반드시 죄값을 치르도록 하겠다"는 문장도 붙었다. 정천수씨의 열린공감TV는 "가짜 뉴스에 무너진 가정"이라는 썸네일을 걸었다. 유튜버 김용민씨도 뉴탐사 공격에 가세했다.


유족이 뉴탐사를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이 고소는 취하됐다. 빈소가 차려진 직후 이종사촌 김씨가 유족 곁에 붙어 있었다는 전언도 들어왔다. 김태성 신안군수와 뉴탐사를 문제 삼으라고 권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7일 보도된 유족 입장문은 달랐다. 유족은 "더 이상 어떠한 고소·고발 문제에도 엮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고인의 세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도 했다. 유가족 명의를 도용한 각종 자료는 "유가족의 의사와 무관한 허위일 뿐"이라고도 했다. 유족은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유족은 고소 당시와 다른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근거 묻자 "사람이 죽었습니다. 자제하시죠"


언론사 기자 출신인 장용진TV의 장용진씨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뉴탐사가 소문을 짜깁기해 몰아가기식 보도를 했다면 정치 검사의 조작 수사와 다를 바 없다는 취지였다. 취재진은 그 판단의 근거를 물었다. 장씨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자제하시죠"라고 답했다. 이어 "난 추모를 올렸습니다"라고 했다.


취재진은 기자라면 현장과 유족 취재가 기본이라고 답했다. 숨진 이는 강도 높은 감사와 수사를 받던 공무원이었다. 총리실 감사가 행안부·감사원 특별감사와 전남경찰청 수사로 이어졌다는 점도 짚었다. 장씨는 "적어도 장팀장에게 강진구라는 사람은 가해자입니다"라는 답을 보냈다. 취재진이 유족 입장문 기사를 보내자 장씨는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글은 그대로 남아 있다. 장씨는 끝내 비판의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뉴탐사는 글이 삭제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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