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민주당 부산 사무처장에 돈 빌려준 후보, 비례1번 받았다

이상호에 찍힌 청년위원장 이정욱은 시의원 비례 컷오프

김병수 전 사무처장 "엄마 병원비 빼준 애, 광역의원 못 만들 이유 없다"

허위제보 모의 녹취에도 서태경 공천 유지…경선으로 무마

이상호 "조직국 애들 다 내 식구"…당직 없는 비선의 교통정리

2026-09-25 09:44:44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이 공천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에게 돈을 빌렸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어머니 병원비까지 빼서 돈을 댔다. 사무처장은 이 후보를 부산시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후보는 비례 1번을 받았다. 반면 부산 친청계 '6인회'의 청탁을 거절한 청년위원장은 비례 후보 명단에서 사라졌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부산 공천 과정에서 오간 통화 녹취를 취재진이 입수했다.


김두영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은 6인회의 핵심 실무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1월 김병수 당시 사무처장과 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논의했다. 취재진이 앞서 보도한 통화 녹취에 담긴 내용이다. 이번에 입수한 녹취에는 이 공천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갔는지가 드러나 있다.


비례 1번은 병원비 빼준 후배 몫


김 전 처장은 한 통화에서 김정원 부산시의원을 이렇게 언급했다. 김정원 의원은 당시 북구의원이었다. "엄마 병원비까지 빼 준 애를 광역의원 못 만들어 줄 이유가 없다 생각해요." 김 전 처장과 김 의원은 동아대 선후배 사이다. 김 의원은 이후 경선을 거쳐 민주당 부산시의원 비례대표 1번에 올랐다.


같은 통화에서 김 전 처장은 비례 순번 구상도 털어놨다. 자신이 비례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로 들어가니 1번을 만들어 준다는 취지였다. 조건도 붙였다. 2번 남성 자리는 김두영 수석부위원장이 데려오는 사람이어야 "그림이 맞다"고 했다.


부산시의원 비례대표는 홀수 번호에 여성, 짝수 번호에 남성을 배치한다. 선거에서 지면 사실상 여성 1명, 남성 1명만 당선권이다. 남성 몫 한 자리를 김두영 수석부위원장 쪽에 넘기면 다른 남성 후보가 설 자리는 없다. 그 구도에서 밀려난 사람으로 지목된 이가 이정욱 당시 부산시당 청년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사상구의원으로 시의원 비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종 경선에서 남성 몫 2번은 조용우 전 시당 대변인이 받았다.


돈 이야기는 김정원 의원에게서 시작됐다. 녹취를 보면 김 의원은 이정욱 위원장에게 먼저 전화해 5천만원을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기간은 "최소 6개월, 최대 1년"이라고 했다. 자기가 쓸 돈처럼 말하다가 다음 날 다시 전화했다.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김병수 처장님이 나한테 살짝 연락이 왔었어."


이 위원장은 3천만원을 빌려줬다. 그는 "김병수 처장과는 금전을 대 줄 관계가 아니었다"며 "김정원을 보고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집에 압류 딱지가 붙게 생겼다고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차용증은 쓰지 않았다.


녹취에는 상환 시점을 지방선거와 엮은 대목도 있다. 한 사람이 "내년 지선 전에 안 갚겠나"라고 묻자 다른 쪽이 답했다. "그전에 안 갚으면 이상해지는 거야." 이 위원장이 내용증명을 보내겠다고 하자 김 전 처장은 지난 3월 돈을 갚았다. 공천 심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김 전 처장은 지난 4월 8일 인사위원회에서 해임됐다. 인사위원회는 구의원과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무처장 지위가 이용됐다는 진술을 확인했다. 다만 해임은 품위유지 위반 위주로 심의됐다. 공천 개입 의혹은 심의 대상에서 빠졌다.


김정원 "대신 갚은 적 없다, 빌려주고 돌려받았다"


김정원 의원은 지난 4월 입장문을 내고 언론 보도에 정정을 요청했다. 김 전 처장의 3천만원 채무에 보증을 선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다. 거래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자신이 3천만원을 대신 갚았다는 소문도 허위라고 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자신도 김 전 처장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인정했다. 김 전 처장이 갚으러 온 날 이 위원장과 함께 현금으로 돌려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자도 쳐서 받았다고 했다. 액수는 1천만원이라고 했다. 이후 김 의원은 두 건의 입금 내역을 보내왔다. 지난해 7월 계좌로 받은 300만원과 지난 3월 현금으로 입금한 700만원이다.


문제는 재산 신고다. 김 의원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 신고에는 이 채권이 없다. 김 의원은 "사인 간 채권은 1인당 1천만원 이하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신고 기준은 소유자별 합계 1천만원 이상이다. 김 의원은 "논란이 될 만한 일을 만들어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이 위원장과 나눈 또 다른 통화는 결이 다르다. 김 의원은 그 전부터 김 전 처장에게 200만~300만원씩 빌려주고 돌려받기를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남은 돈이 대략 1천만원이라고 했다. 5천만원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따로 1천만원을 빌려줬다고 했다. 합치면 2천만원 안팎이다.


이 사안은 선거관리위원회 고발을 거쳐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취재진은 김 의원 등이 피의자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의원은 "경찰 조사가 오면 성실히 받겠다"고 했다.


"이정욱은 칼 맞은 것도 모르는 채 사라진다"


김 전 처장의 다른 녹취에는 이 위원장의 앞날이 예고돼 있다. "이정욱은 나한테 칼 맞은 것도 모르는 채 사라지는데." 차상호 전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도 통화에서 "정욱이도 날아갈 것 같은데"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4월 확정된 민주당 부산시의원 비례 후보 6명에 이 위원장은 없었다.


이 위원장이 6인회에 찍힌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지난 2024년 10월 청년위원장 경선에서 당선됐다. 당시 이재성 시당위원장이 규정 위반을 문제 삼아 윤리심판원에 제소했지만 기각됐다.


이 위원장은 기각 뒤 서태경 당시 지역위원장도 함께한 식사 자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이재성 위원장을 윤리위에 제소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취재진은 이 권유가 이상호씨 쪽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 이재성 위원장은 6인회와 대립하던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거절했고 "그때부터 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호씨는 '미키루크'로 불리는 노사모 출신 인사다. 정청래 전 대표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1년이 지나도 앙금은 남아 있었다. 김 전 처장은 지난 3월 제보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씨가 이 위원장을 만난 이야기를 하며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허위제보 모의 녹취, 경선으로 덮었다


6인회의 공천 개입은 사상구청장 공천에서 먼저 불거졌다. 김 전 처장과 서태경 당시 예비후보의 통화 녹취가 흘러나왔다. 6인회 반대편 예비후보들에 대한 허위 제보를 넣자는 모의가 담겨 있었다. 제보자는 지난 3월 24일 중앙당에 이를 신고했다. 김 전 처장은 사흘 뒤 대기발령됐다.


제보자는 3월 27일 조승래 당시 사무총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선은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조 사무총장은 이튿날 답장에서 사과와 위로를 전했다. 사상구청장 공천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단수 추천 철회와 경선이었다. 조 사무총장은 당시 정청래 대표 체제의 사무총장이었다.


경선은 처음부터 기울어 있었다. 서 후보는 청년이어서 25% 가점을 받았다. 상대 후보는 탈당 이력으로 25% 감점을 받았다. 출발선부터 50%포인트 차이였다. 서 후보는 경선에서 이겼고 지난 6월 사상구청장에 당선됐다.


지난 3월 말 중앙당 조직국이 부산에 현장 조사를 나왔다. 윤리감찰 기구가 아닌 당원·선거 실무 조직이다. 조사를 앞두고 이상호씨는 서 후보와 경쟁하던 김부민 예비후보에게 전화했다. "조직국 애들이 다 내 식구들이야." 이씨는 괜히 말을 보태면 사상구가 "전략 공천 지역으로 또 선정해 버릴 수도 있단 말이야"라고 했다.


차상호 전 수석부위원장도 같은 시기 김 예비후보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다. 3월 27일 통화에서는 "난 내용을 몰랐는데 금방 다 들었거든"이라며 "근데 황당하네"라고 했다. 그는 이후 통화에서는 녹취를 듣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김 예비후보에게는 "모른 척하고 있어라"라고 했다. 조직국이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내려온다는 일정도 미리 알려줬다.


조 사무총장이 제보자에게 답장한 날에도 차씨의 전화가 왔다. 차씨는 투서가 들어왔다며 김 예비후보가 관여했는지 캐물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최고위원회 보고 내용과 경선 결론을 먼저 전했다. 차씨는 당시 아무 당직도 맡고 있지 않았다. 이씨는 앞서 취재진에게 전당대회 때 말고는 부산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차씨는 취재진의 반론 요청에 녹취 내용을 부인했다. 사고 지역구를 막겠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변성완 당시 시당위원장을 상갓집에서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한 건 김 예비후보를 돕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중앙당 소식은 정경원 처장 정도를 통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해임된 사무처장 후임, 시장 정무특보로


김 전 처장의 후임은 지난 4월 3일 부임한 정경원 사무처장이다. 정 처장은 중앙당 조직국장을 지냈다. 2022년 부산시당 공관위에서는 차씨와 함께 일했다. 이틀 뒤인 4월 5일 예비후보 면접이 열렸다. 취재진이 파악한 바로는 이 면접에서 허위 제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정 처장은 지방선거 뒤 전재수 부산시장의 정무특보로 내정됐다. 허위 제보 모의 녹취의 당사자는 구청장이 됐다. 모의를 신고받은 중앙당은 누구도 공천 개입으로 징계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해임된 김 전 처장도 공천 개입이 아닌 품위유지 위반이 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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