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2대 총선에서 뉴탐사가 일으킨 5가지 나비효과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 작은 차이,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① 범야권 200석 확보 위한 연동형 시뮬레이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 논란이 일고 있었던 지난 1월말. 뉴탐사는 그동안 언론에 인용된 병립형과 연동형 시뮬레이션을 분석했다. 그런데, 대부분 엉터리였다. 최병천 시뮬레이션의 경우 국힘만 위성정당을 만들거라고 가정했고, 김준일 시뮬레이션 역시 지역구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병립형을 선택하게 만들기 위한 억지 논리로 보였다.
뉴탐사는 지난 21대 총선 민주당 박빙 패배와 박빙 승리지역을 20군데씩을 각각 추려서 경합우세, 경합, 경합열세 지역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병립형으로 갈 경우, 거대 양당 구도가 굳어지는데 반해 연동형으로 갈 경우, 범야권을 흡수해 정권심판의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지금처럼 정권 심판론이 강해져 경합열세지역까지 확보할 경우 최대 205석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뉴탐사가 이런 시뮬레이션을 발표한 다음날(1월 29일) 민주당 중진 의원실로부터 범야권 예상의석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 정청래 의원이 병립형을 염두에 두고 전 당원 투표를 제안했던 날이다. 2월 2일(금) 민주당은 선거제 결정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했고, 2월 5일(월) 이재명 대표는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현행 선거법에 정해져 있는 '준연동형'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표의 연동형 발표 이후, 민주당은 범야권 선거연대에 착수했다. 조국신당은 당시 창당 전이라 민주당 주도의 선거연대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야권 선거연대를 구축하자 거대양당 독식 구도가 아닌 정권심판 구도가 구축됐다. 3월 들어 조국 신당과 송영길 신당이 연이어 창당하면서 정권심판 구도는 보다 명확해 졌다. 한동훈 앞세워 이재명 때리기로 재미 보려던 국힘으로서는 조국까지 상대해야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병립형을 선택했다면, 민주당은 친윤 언론과 국힘의 파상 공세와 함께 소수정당과 시민단체들의 비난까지 더해 고립되었을 것이다.
② '수박지수' 공개로 민주당내 반개혁 세력 걸러내
'수박'이라는 단어는 민주당내에서는 금기시되어 있으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내 반개혁 세력을 부르는 은어처럼 사용된다. 겉은 파란색의 민주당인데 속은 빨간색의 국힘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수박지수표를 만든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가결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었다. 무기명 투표라 민주당내 누가 가결표를 던졌는지 알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행적을 통해 누가 가결표를 던졌을 지 추정은 가능했다.
지금은 뉴탐사로 옮긴 당시 더탐사 취재진은 2023년 10월 2일 민주당 의원 168명의 수박지수를 공개했다. 민주당내 반명 계파로 알려진 민주주의 4.0과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을 찾아냈고, 불체포 포기 선언한 의원, 대의원 1인 1표제 반대한 의원, 검사 탄핵 발의 불참한 의원, 그리고 원내대표단까지 6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중복된 빈도만큼 수박지수를 계산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 될 무렵, 수박지수 3점 이상을 받은 의원 29명의 공천 결과를 확인해봤더니 경선 탈락 13명, 탈당 6명, 불출마 1명이었다. 수박지수 3점 이상받은 29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9명이고, 20명이 걸러졌다. 비율로는 68%다. 다수 언론에서는 '비명횡사'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수박횡사'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덕분에 민주당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총선을 앞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탄력을 받게 됐다.
③ 양정철 공천 개입 가능성 차단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양정철이 검찰 캐비넷을 통해 민주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2023년 12월 13일이다. <나는 고발한다 양정철이 검찰 케비넷으로 지난 총선에서 한 분탕질을> 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방송은 4년전 양정철에 치를 떨었던 민주당내 인사들의 기억을 토대로 구성됐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 캠프 외곽조직인 광흥창팀을 이끌었던 인물이며,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양정철의 공천 개입 가능성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전에도 제기됐다. 양 전 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체제를 견제하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양정철 전 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에 영향을 미칠 경우, 180석이 있어도 무기력했던 지난 4년간의 모습이 재연될 우려마저 제기됐다.
양정철의 호가호위를 기억하는 손혜원 전 의원은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방송에서 밝혔다. <대선 포스터를 바꿔치려던 양정철, 손혜원에게 듣는 그날 새벽 이야기> 손 전의원은 양정철의 공천 개입을 막기 위해 본인이 경험한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뉴탐사는 양정철 전 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하지 않았고, 전화기를 꺼놓기까지 했다.
양정철 전 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양 전 원장이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공천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선은 있으나 이번 총선에서 양정철의 민주당 공천 개입 의혹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④ 유영하 공천 거래 폭로와 박근혜 선거지원 저지
대구 달서갑에 국민의힘 단수공천을 받은 유영하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유영하 후보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언급하며 자신을 포함해 '1+1' 공천 약속 사실을 털어놓은 녹음 파일이 입수됐다. 유영하 후보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에는 자신의 공천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 약속까지 언급하고 있다.(해당 기사 보기)
지난 3월 9일 뉴탐사 취재진을 만난 유영하 후보는 2월초 이관섭 비서실장 만난 사실은 인정했으나 공천 거래에 대한 의혹은 부인했다. 유후보는 취재진에게 증거를 가져오라고 다섯번이나 큰 소리 쳤다. 며칠 뒤 유영하 후보는 녹취 파일이 담긴 USB 메모리 카드를 들고 나타난 강진구 기자를 보자마자 황급히 달아났다.(영상 보기)
유영하 녹취파일에 언급된 원 플러스 원이 유영하 외에 또 누구인지는 녹취 파일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또 다른 박근혜 측근인 도태우 변호사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도태우 후보는 단수공천 됐다가 5•18 관련 망언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박 전대통령은 지난 2월초 유영하 후보와 함께 자서전 출판 행사도 열었다. 2년전 지방선거 때 유영하 후보를 공개 지지한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인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다음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분명 TK 선거민심 지키기에 나서달라는 요청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만일 선거 지원에 나선다면 유영하 공천거래 녹취파일의 신빙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공천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측근인 도태우 공천 마저 취소된 마당에 굳이 선거 지원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⑤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윤석열•한동훈의 운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지난 2022년 10월 24일 첫보도 이후 줄곧 가짜뉴스로 낙인 찍혀 왔다. 청담동 술자리를 목격한 첼리스트가 경찰 조사에서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한 몫을 했다. 그런데, 첼리스트는 경찰 조사가 끝난 뒤인 2023년 4월 지인에게 청담동 술자리에서 윤석열, 한동훈을 만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첼리스트의 새녹취는 조선일보 보도와 경찰 조사 결과와 상반된 내용이다. 이쯤되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공개해 뉴탐사 보도를 반박하면 의혹을 쉽게 해소하겠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국힘의 전주혜 의원 명의로 '재탕'이라는 입장문만 나온 상태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언론들은 국힘 입장문만 보고 기사 썼다가 뉴탐사가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하자 일부 언론은 기사를 수정했다.
한동훈 전 장관이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 기자들을 상대로 10억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지난 3월 13일 2차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피고측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에 사실조회서를 보냈고, 재판이 끝난 뒤 법무부로부터 회신이 왔다. 법무부는 한동훈 당시 장관이 7월 19일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회신했다. 그런데, 한동훈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원고(한동훈)가 7월 19일 어디에 있었는지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부재증명을 거부했다.
청담동 술자리의 나비효과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총선이 끝나고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5월 22일 3차 공판이 열린다. 이날까지 한동훈 위원장이 침묵을 지킨다면 10억 손배소송의 결과는 한위원장의 패소로 끝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나비효과는 이때 드러나게 될 것이다.